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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구자욱 연봉 협상, 팬들은 왜 분노하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2.11 03:24 수정 2020.02.11 18:56

구자욱, 지난해 보다 2000만 원 삭감 재계약

팬들 원치 않았던 구단 레전드들과의 이별

연봉 협상을 놓고 구단과 진통을 겪은 구자욱. ⓒ 뉴시스 연봉 협상을 놓고 구단과 진통을 겪은 구자욱. ⓒ 뉴시스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까지 남았던 미계약자 구자욱의 마음을 돌리며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삼성은 10일, 구자욱과 지난해 연봉 3억 원에서 2000만원 삭감된 2억 8000만 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대 2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해 충족 시 연봉은 3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구자욱은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고 난 뒤부터 구단과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해 데뷔 이래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긴 했으나 매년 연봉 협상에서 불이익을 봤고, 삭감에는 동의하나 구단 제시액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들은 일관되지 못한 형평성의 잣대를 부여한 구단 대신, 구자욱의 편을 들었다. 결국 삼성 구단도 한 발 물러나 2억 7000만 원, 다시 2억 8000만 원과 인센티브 조건을 내걸어 구자욱을 붙드는데 성공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구자욱은 13일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와 구단 모두 상처만 남은 재계약 협상이 되고 말았다.


만약 구자욱이 올 시즌도 부진을 겪는다면 팬들의 비난은 오롯이 구단을 향하게 된다. 행여 기량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했다는 이미지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도 삼성서 은퇴하지 못했다. ⓒ 뉴시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도 삼성서 은퇴하지 못했다. ⓒ 뉴시스

삼성은 과거에도 팀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거나 오를 수 있었던 선수들과 적지 않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라이온즈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이만수는 은퇴식도 없이 급하게 미국으로 떠났으며 장효조, 김시진은 트레이드 수순을 밟았다. 최근 들어서는 현재 진행형 레전드였던 박석민,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자 미련 없이 삼성을 떠났고,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도 삼성서 은퇴하지 못했다.


트레이드 후 삼성과 이별하는 듯 했으나 FA 자격을 얻고 다시 돌아온 양준혁의 사례가 있으나 이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라이온즈 선수로 잡음 없이 구단의 대우를 받고 은퇴한 레전드는 사실상 이승엽 하나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은 KBO리그 역대 최다승은 물론 8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성과주의에 매몰돼 주축 선수들을 홀대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팬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삼성 팬들은 그동안 너무 많은 레전드들과 원치 않은 이별을 해야 했다. 이번 구자욱의 협상 진통을 놓고 삼성 팬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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