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 규제] 땜질 규제에 우는 사모펀드···“400조 시장 말라간다”
입력 2020.01.27 06:00
수정 2020.01.27 00:28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 412조...잇딴 악재에 성장세 ‘뚝’
사모운용사 200곳 중 113곳 적자...“고난의 시기 도래”
빠르게 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이 겹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로 사모펀드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내 불안감도 확산됐다. 금융당국이 전면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 강화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8년 말 333조20194억원에서 매월 평균 6조6000억원씩 불어나 지난 한 해 79조원이 늘어났다. 지난 11월 말에도 405조60413억원에서 12월 한 달 만에 6조7700억원가량 늘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412조9115억원으로 지난달 말412조4090억원보다 5025억원 늘어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다. 올해 DLF와 라임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서 빠져나간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판매 규제를 대폭 강화해 사모펀드 시장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공개했다. DLF 사태로 피해자들의 손실이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에도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제한과 함께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의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 투자금액을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과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최소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사모펀드 가입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개혁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자 다시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잇따른 이유다.
업계는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활성화 기조가 역행하면서 모험자본 투자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지적을 내놓는다. 그동안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은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을 자본시장으로도 분산시키고 벤처기업 투자를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사모펀드가 또다시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 될 경우 모험자본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문을 닫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최근 사모전용 운용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낸 상황에서 규제안이 시행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자산운용사 275곳의 순이익은 206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 줄었다. 자산운용사 중 142곳(51.5%)은 흑자를 냈지만 133곳(48.4%)은 적자를 냈다.
특히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 전문 자산운용사 200곳 중 56.5%인 113곳이 3분기에 적자였다. 적자 사모운용사의 비중은 전 분기 54.3%(186곳 중 101곳)보다 크게 높아졌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속하게 성장한 헤지펀드 시장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비즈니스를 접는 운용사도 등장하고 있어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시장에 막 진입한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에게는 고난의 시기가 도래할 듯 보이며 초기 자금 모집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