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희 한화證 대표 연임 ‘무게’ 속 험로 예고…난제 ‘산더미’
입력 2024.12.26 07:00
수정 2024.12.26 07:00
작년 이후 실적 편차...2Q 193억 순손실 뒤 3Q 겨우 흑자전환
IB 적자폭 확대·이에이트 상장 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확산
과거 ‘비트코인’ 투자에 가려진 본업 존재감...정체성 확립 필요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회사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투자은행(IB) 부문의 적자 폭 확대와 부실 기업공개(IPO) 논란, 가상화폐에 가려진 회사의 정체성 등 풀어야 할 난제도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첫 2년 임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성과와 힘께 남은 과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경영 실적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22년 5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93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분기별 실적 편차가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7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한화투자증권이 과거에 투자했던 토스뱅크 지분 투자 처분 이익(422억원)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어 2분기 193억원 순손실을 냈고 3분기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는 전년 동기(순손실 143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순이익 규모가 34억원에 그쳤다.
IB 부문의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됐다. 3분기 한화투자증권의 IB1, IB2는 각각 222억원, 23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IB 부문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규모 충당금 설정이 반영된 탓이다. 지난 2019년 대체투자 강화를 강화하면서 항공기 금융 상품에 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도 실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 지난 2022년 3분기 254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1년 만에 적자 전환해 작년 3분기 36억원 순손실을 냈고 올 3분기 적자 폭은 더 커진 셈이다.
트레이딩 전문가인 한 대표가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개선을 이끌며 전체 성적을 끌어올렸으나 핵심 사업이었던 IB 부문만 따로 보면 회복세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대표가 IB 부문 강화를 위해 공을 들여온 IPO 사업에서도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아 지난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 이에이트가 현재까지 기업가치 고평가 및 부실 상장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에이트는 지난 2020년부터 상장 당시까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기업으로 이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일반 상장이 아닌 성장 잠재력이 기준이 되는 기술특례 상장을 택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한화투자증권과 이에이트가 미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설정된 기업가치를 제시했던 만큼 이미 공모 과정에서 고평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에이트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공모 당시 한화투자증권·이에이트는 올해 매출 164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의 실적 전망을 제시했는데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실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6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적자는 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에이트가 지난 13일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176억원 규모로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더 확산됐다.
상장을 통해 226억원의 금액을 확보한 뒤 1년도 되지 않아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이에이트 종가는 지난 24일 기준 공모가(2만원) 대비 70.85% 낮은 5830원까지 떨어져 있다. 회사는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70억원을 채무를 갚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이에이트는 59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바 있다.
시장에선 지난해 파두의 실적 부풀리기 사태 이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엄격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이트의 관련 논란이 심화될 경우 또다시 주관사의 책임론이 부각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안 문제 해소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 성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와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는 등 한 대표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노력이 성과로도 연결됐다.
다만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한화투자증권이 회사의 자체적인 경쟁력이 아닌 ‘가상화폐 관련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권희백 전 대표 시절 과감하게 진행했던 두나무 지분 투자(2021년 2월· 583억원 투자)에 따라 증시에서 대표적인 ‘비트코인 테마주’로 자리잡았다.
한화투자증권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약 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때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2분기 적자를 내고 3분기 겨우 흑자 전환한 수준이지만 하반기(7월 1일~12월 24일) 비트코인 상승세에 따라 주가가 33.72%(2595→3470원) 급등했고 우선주인 한화투자증권우는 44.03%(4860→7000원) 뛰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비트코인 이슈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면서 한 대표만의 색깔 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증권 본업이 아닌 과거에 단행한 투자로 인해 비트코인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며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대표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