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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맥 기로에 서다-⑥] 금융베테랑 4인의 공통 해법은 '친기업, 규제완화'

이미경, 부광우 기자
입력 2020.01.08 06:00 수정 2020.01.08 07:53

산업구조 개혁…친기업 정책으로 투자·일자리 유도해야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쏠림 경계…올바른 자산배분 필요

홍성국 "산업구조 불균형 개선…신성장동력으로 이어받아야"
윤창현 "기업 환경 개선 필요…투자·일자리로 선순환 유도"
이채원 "4차산업에 맞게 기업의 생존을 위한 변신 불가피해"
박원갑 "금리에 민감해지는 부동산 시장…저금리는 독될 듯"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 경제 곳곳에는 저금리·저성장·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인한 경고등이 하나씩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체감 경제성장률이 1%도 안되는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 부동자금만 1200조로 추산될 만큼 유동성은 한껏 풀려있는데 투자할 곳이 없는 이른바 머니 그레이존(회색지대) 시대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본지에서는 신년 기획을 통해 돈맥 기로에 서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4대 악재에 맞서 대한민국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견해를 내놨다. 글로벌 시장이 4차 산업중심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 맞서 여전히 산업 구조의 불균형한 병폐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건전한 재정을 확보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 투자를 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 선순환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본지 좌담회는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가 참여해 대한민국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이름 가나다순)ⓒ데일리안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이름 가나다순)ⓒ데일리안

-한국 경제의 현재 모습을 진단한다면.

▲홍성국 대표=한국의 산업 포트폴리오는 너무 편중돼있다. 중후장대 형태의 제조업 중심의 국가였는데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바람에 글로벌 공급 과잉이 벌어졌다. 기존 산업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높여야하는데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돼있다. 우리나라 산업 포트폴리오 상의 한계를 먼저 인정해야한다. 수출산업이 잘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은 아닌데 수출관련 제조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 산업 구조의 불균형한 비중을 천천히 줄여 나가면서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이어 받는 형태로 가야한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관련 제조업은 계속 지원함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에도 다급함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재편을 해야한다.

▲윤창현 교수=저금리·저성장·저출산·고령화는 이미 트렌드를 넘어 수축사회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한국사회에 수축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정책이 잘 실행되어야하는데 미래세대가 누려야할 부를 정부차원에서 너무 많이 소진하고 있다. 부채를 크게 늘렸고 복지로 180조원을 쓰는데 앞으로 늘어날 빚은 미래세대의 몫이다. 수축사회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금기시되는 정책들을 많이 쓰고 있다는 점도 한계에 봉착할 우려가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고 세금 혜택을 받아야할 사람이 더 늘어나게 되면서 국가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벌어지는 결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채원 대표=성장이 둔화되면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설비투자가 자연히 줄고 성장하는 사업이 많지 않은데 최근 글로벌 전반으로 플랫폼 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종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성장하는 기업과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는 구글이나 아마존이 없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에 막혀있어서 큰 성장을 하지 못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이익 합산이125조원대에서 전년대비 40조원 이상 급감한 80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전년대비 이익이 30% 정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힘을 못쓴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박원갑 전문위원=시장의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올해 부동산시장을 움직일 변수는 금리인데 현재 기준금리가 연 1.25%이다. 이른바 1%대 금리가 현실화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갈수록 금리에 민감해지는 구조다. 대출 레버리지를 많이 쓰는데다 집이 하나의 투자 상품이 돼서 그렇다. 다만 금리 인하는 실물경기가 그 만큼 안 좋아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단비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독이 된다. 결국 돈이 있어야 집을 사는데,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있다고 보는가

▲윤 교수=저성장 기조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세금을 걷어서 만든 일자리다. 시간제나 계약직과 같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가 아닌 세금을 잘내는 일자리가 진짜 좋은 일자리다. 세금을 제대로 내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재정기반도 탄탄해지면서 우리경제에 선순환 구조가 된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정부의 재정 남용이 우려된다. 65세이상의 퇴직자가 현재 추산하기론 700만명 정도인데 2025년에는 100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앞으로 5년만에 퇴직자가 300만명이 늘어나는 셈인데 이 때를 위한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

▲이 대표=과거 1999년 닷컴버블때 성장주가 득세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 성장할 것이 많지 않은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더이상 팔 우물이 없으니 고여있는 물을 정화해서 마시는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현재 기업들이 성장을 많이 못했지만 돈은 많이 벌었다. 매년 100조원 정도 벌었다고 본다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돈은 1000조원 정도인 셈인데 이 돈이 기업에 쌓여있다. 사실상 현재 기업이 가진 현금은 775조로 추정이 되는데 역대 최고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펀드멘탈(기초체력)도 탄탄하다. 현금보유량이 많아져서 기업은 충분히 변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아직 변신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홍 대표=경제성장이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해소될텐데 현재 자산시장의 문제는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금리에 맞게 사람들의 투자패턴이 광징히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부동산 붐이다. 우리가 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부동산 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편중에 따른 부작용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 포트폴리오 상의 한계를 먼저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 다음에 기존 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들이 선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예컨대 포스코는 규모만 볼때 글로벌 1등이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회사다. 이처럼 포스코와 같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회적으로 좀 밀어줘야 한다.

▲박 위원=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총선이다. 총선을 둘러싸고 개발 공약도 많이 나오고 돈도 풀리기 때문에 집값이나 땅값이 올라간다지만 과도한 기대감이다. 오히려 집값 부양책 보다는 안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표심을 잡기 위해 집 없는 사람을 고려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국의 자가보유율이 61%로 집 없는 사람이 40%에 가깝고 서울은 48%에 달한다. 다만 개발공약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땅값이 다소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으나 주택시장에는 큰 호재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4대 악재(저금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에 맞서 자산증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한민국 경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윤 교수=지난해 결산법인들의 법인세가 상당히 적게 걷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들로부터 법인세를 잘 걷히게 하려면 기업의 환경을 잘 만들어줘야하는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큰 문제다. 투자할 곳이 있어도 규제가 막고 있으면 할 수가 없다. 저금리 상황을 타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적 분야로 돈이 갈 수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기업설비 투자에 뭉칫돈이 들어가야 수익이 나는데 자금사용료도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자금의 흐름이 생산적 분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생산적 분야로 자금 흐름이 이어지지 않다보니 저금리가 더욱 심화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대표=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생존해 나가듯이 앞으로도 기업들의 혁신적인 변화는 필요하다.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제값을 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은행 이자가 2%도 되지 않은 저금리 시대에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배당수익률 4~5% 정도 나오는 기업이라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수요가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구조조정되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홍 대표=경제 성장이 이뤄지면 모든 문제는 다 해소가 될수 있는데 성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금리가 낮아지다 보니 저금리에 맞게 사람들의 투자 패턴이 굉장히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지난 가을 한국을 강타했던 부동산 붐은 성장률이 낮아져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과도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원하던 원치 않던 부동산 시장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 돈이 자본 시장이나 기업으로 가야 되는데 성장률이 낮아지다 보니 해외로 많이 나갈 것 같다. 큰 그림에서 우리 시장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부동산 편중이 너무 심화되는데 따른 부작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시장이 잘 되려면 우리 경제가 결국 성장률을 높여 가는 방법뿐이다. 어찌됐든 내년 2분기부터 세계 경기가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의 상황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한국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전환점을 돈 가운데 경제 활력을 위해 정부가 좀 더 고려해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 교수=정부가 기본적인 기업부문, 공급부문, 국가경쟁력, 저비용, 고효율로 대표되는 효율성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거꾸로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똑같은 성과를 낼 때 적은 비용을 들도록 유도해야한다. 효율성을 무시하는 듯한 정책들 때문에 기업이 힘들고 국민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 정책이나 재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 대표=친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규제를 풀어주고 상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이 생긴 이유를 들여다보면 자국 보호주의 때문이다. 이들도 저성장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국기업 보호라는 카드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전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산업들도 경기에 민감하고 국가가 보호해야줘야할 부분이 많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정책 자체도 자국기업을 감싸안고 보호해주고 나가야하는 것이 맞다.

▲홍 대표=장기적으로 보면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구체적인 실행 속도와 확산에 있어서는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내년에 더욱 강한 정책들을 내세울 텐데, 아쉬운 점은 좀 더 강력하게 10~20년 후를 내다본 정책들이 더 나와 줬어야 한다는데 있다. 이게 흔히 말하는 개혁 조치라른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연금 개혁은 미래를 위해 굉장히 필요한 조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그 정도로 강하게 미래를 위한 조치를 해 나가고, 국민들을 상대로 이를 설득해 나가며 정책으로 내놓는 장기 과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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