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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2:2' 균형만 갖췄을 뿐…이광재 맞춤형 사면

이충재 기자
입력 2019.12.31 01:00
수정 2019.12.31 06:04

여권 이광재, 곽노현, 한상균…야권 신지호, 공성진 대상

취임 첫 해 정봉주 사면 '특별케이스' 이후 정치인 해당

靑 "이광재 정치자금법 위반…'5대 중대범죄' 해당 안돼"

여권 이광재, 곽노현, 한상균…야권 신지호, 공성진 대상
취임 첫 해 정봉주 사면 '특별케이스' 이후 정치인 해당
靑 "이광재 정치자금법 위반…'5대 중대범죄' 해당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을 맞아 집권 이후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정치인 사면 대상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공성진, 신지호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을 맞아 집권 이후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정치인 사면 대상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공성진, 신지호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취임 첫해 정봉주 전 의원이 '특별케이스'로 사면된 이후 사실상 첫 정치인 사면이다.

이번 사면의 최대 이슈는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전 지사에게 정치적 족쇄를 풀어줬다는 점이다. 당장 이 전 지사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선거용 사면", "이광재 맞춤형 사면"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명단에 올린 것을 두고도 총선을 앞둔 '노동계 표심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명숙 대신 이광재…'원조 친노의 귀환+총선역할론'

그동안 여권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 전 지사에 대한 사면‧복권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논리가 여권 내에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문 대통령의 선택은 '한명숙 대신 이광재'였다. 친문계 핵심인사 두 명을 동시에 사면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 전 총리와 달리 이 전 지사는 50대(1965년생) 나이로 정치적 회생 가능성이 높은데다 강원도를 텃밭을 다져온 현역 정치인이다. 당장 내년 총선 출마에 길이 열려 기호1번으로 출마가 가능해졌다.

여당 입장에선 '원조 친노(親盧)의 귀환'이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시절 첫 보좌관을 지내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린 인물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데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거물' 친노인사다.

벌써부터 여권에선 그의 총선 역할론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전 지사가 총선에서 강원도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원도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 총선에서 영남과 함께 험지로 분류된다.


또 다른 수혜자인 곽 전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에서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을 지내며 교육계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총선에 앞서 후보자 공약을 분석하고 모의투표를 하는 '2020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맡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야2:2' 기계적 균형만 갖춰..."이광재 뇌물죄는 아니잖나"

사면 대상에는 공성진, 신지호 전 의원 등 야권인사들도 포함됐다. 다만 여권 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에선 '코드사면' 논란을 피해기 위해 '여권 2명, 야권 2명'으로 기계적 균형만 갖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이 전 지사의 경우, 문 대통령이 사면 배제대상으로 공약한 '5대 중대 부패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데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 성립이 안 되는 경우"라며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사면 배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공성진 전 의원 같은 경우 (이 전 지사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받았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번 사면으로 혜택을 받은 선거사범에 대한 '당적 통계' 자료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여권 인사는 전체의 26%에 불과했고, 야권 인사는 절반에 가까운 46%였다. '야권 인사 비율이 훨씬 높지 않느냐'는 방어논리를 쌓기 위한 자료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서민의 부담 줄여주는 민생 사면이자 국민 대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사면"이라며 "선거사범과 관련해 동종 선거에서 두 차례 불이익을 받은 선거사범을 대상으로 하는 등 훨씬 강화한 원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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