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이 줄 자신감, 그리고 어두운 단면
입력 2019.12.20 05:42
수정 2019.12.20 08:49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우승컵 수확
3경기 통해 드러난 문제점 보완 과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의미 있는 첫 우승을 차지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최종전에서 전반 27분 터진 황인범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3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던 일본을 끌어 내리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부임 이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여기에 남자대표팀은 동아시아국가 중 유일하게 ‘대회 3연패’와 함께 ‘홈에서의 첫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2019년을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여정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연속 홈경기 매진 신화를 써내려가며 승승장구했던 벤투 감독은 올해 10월 북한 원정부터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자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특정 선수를 중용했고, 상대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라인업과 용병술로 인해 전술도 단조로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한일전 승리와 함께 대표팀에 3연패를 안기면서 위기에서 벗어났고, 내년에 있을 월드컵 2차 예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두운 단면도 있다.
동아시안컵 우승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결과가 그랬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도 동아시안컵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는 듯 보였지만 끝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과가 중요한 한일전을 통해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나 냉정하게 봤을 때 홍콩과 중국전에 보여준 경기력은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한일전에서 패했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안컵 충격의 8강 탈락으로 2019년을 시작했던 벤투호는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성과에 대한 자신감은 안고 가돼 약점으로 드러난 부분들에 대한 성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위기를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