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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운동선수, 2000명 이상 성폭력 피해

김태훈 기자
입력 2019.11.07 18:13 수정 2019.11.07 18:14

국가인권위, 초중고 선수 6만 여 대상으로 인권실태 조사

3.8에 해당하는 2212명 성폭력 경험..폭력 내면화도 심각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폭력 유경험 응답자 현황. ⓒ 국가인권위원회 언어폭력 신체폭력 성폭력 유경험 응답자 현황. ⓒ 국가인권위원회

2000명이 넘는 초중고생 운동선수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91.1%에 이르는 5만7557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이 중 9035명은 언어폭력을, 8440명은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3.8%에 해당하는 2212명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초중고로 구분했을 때 초등학생 선수 중 19%인 3423명이 폭언과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을 겪었고, 언어폭력 경험자 중 69.0%는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가 주요 가해자라고 답했다. 438명(2.4%)은 성폭력 피해를 봤고, 절반이 넘는 252명이 그냥 넘어가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선수 중 신체폭력 경험자는 2320명이었고, 가해자 10명 중 9명은 지도자와 선배 선수 등이었다. 신체폭력을 당한 뒤 초등학생 선수의 38.7%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초등학생부터 폭력을 훈련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폭력 피해 내면화의 심각한 상태를 진단하면서 "폭력 문화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학생 선수는 응답자의 15.0%인 3288명이 신체폭력을 경험해 일반 중학생 학교 폭력 경험 비율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해자는 주로 동성의 선배나 또래였고, 피해 장소는 숙소나 훈련장이 많았다. 피해 시 대처는 초등학생 선수와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이 소극적 대응했다.

고등학생 선수는 16.1%인 2832명이 신체폭력을 겪었다. 일반 고등학생 학교 폭력 경험 비율보다 2.6배나 높은 수치다. 14.6%인 2573명이 언어폭력을 경험했다. 고등학생 선수 중 703명이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절반 이상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학생 선수들이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공적인 피해구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장시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과 건강권은 물론 휴식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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