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이유 있는’ 설비 전환
입력 2019.11.06 06:00
수정 2019.11.05 22:17
울산 TPA 설비전환…PIA 생산능력 46만t→84만t
중국 PX‧TPA 설비 증설에 따른 시황 악화 대응
울산 TPA 설비전환…PIA 생산능력 46만t→84만t
중국 PX‧TPA 설비 증설에 따른 시황 악화 대응
석유화학 사업의 다운사이클 진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정통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사업다각화와 신사업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경쟁사와 달리 롯데케미칼은 원재료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동시에 수직계열화에 따른 원가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6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울산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설비를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스윙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설비 전환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은 기존 46만t이었던 PIA 생산능력을 최대 84만t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롯데케미칼이 PTA 설비전환에 나선 이유는 중국발 파라자일렌(PX) 공급과잉에 따른 시황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PX는 PTA의 주요 원재료로, 중국은 대규모로 PX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중국 내 PX 설비 신‧증설 규모는 올해 1770만t, 2020년 590만t에 달한다. 내년까지 중국 전체 PX 생산능력은 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사의 PX 생산능력은 약 1051t으로, 이 중 중국 수출비중이 91% 정도로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다. 국내 업계 입장에서 중국 내 PX 설비 증설이 반갑지 않은 대목이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아로마틱 계열에서) 폴리에스터 성수기 영향으로 수요는 양호했으나, 중국 PX 대규모 설비 가동 등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은 PX 설비와 함께 PTA 설비도 크게 증설하고 있어 시황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넷째 주 기준 TPA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는 97달러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평균 스프레드가 206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통상적으로 TPA 손익분기점(BP)은 150~200달러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설비전환으로 시황에 따라 TPA 생산을 줄이고 PIA를 늘리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014년부터 PIA 세계 1위(생산 규모 기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PIA는 페트나 불포화수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7개 업체만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 제품이다.
롯데케미칼은 PIA의 원료인 메타자일렌(MeX) 증설도 나서고 있어 수직계열화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울산 MeX 설비는 현재 시운전 중으로 본격 가동되면 생산능력은 16만t에서 36만t으로 늘어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황이나 원재료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PIA 설비전환을 결정했다”며 “PIA 스윙설비는 시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