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클 퇴장’ 머리 감싼 손흥민 위로한 에버턴
입력 2019.11.04 08:16
수정 2019.11.04 08:18
고메스 상태 확인한 손흥민 죄책감에 오열
에버턴 측, 흥분하지 않고 오히려 다독여
손흥민(27·토트넘)의 거친 백태클로 안드레 고메스가 들것에 실려 후송됐지만 에버튼 선수들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를 위로했다.
토트넘은 4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서 펼쳐진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18분 상대 실책으로 볼을 따낸 뒤 델리 알리에게 찔러줬다. 알리는 손흥민 패스를 받아 멋진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시즌 3호 도움.
그러나 손흥민은 과열된 양상을 띤 경기 후반 3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고메즈에게 깊은 백태클을 가했다. 고메스는 손흥민 백태클에 의해 균형을 잃었고, 세르쥬 오리에와 충돌하며 쓰러졌다. 발목이 꺾인 것을 확인한 손흥민과 오리에는 충격에 머리를 감쌌다. 고메스는 의료진 들것에 실려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태클 직후 경고 카드를 받았던 손흥민은 VAR 판독 끝에 퇴장 명령을 받았다. 여전히 손흥민은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레드 카드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거친 태클로 한 선수가 치명적 부상을 당했다는 죄책감과 우려 탓이다.
현지 중계진이나 경기를 시청한 축구 레전드들도 “손흥민의 태클이 발단이 된 것은 맞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말을 잃고 코치와 선수들 위로 속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도 에버턴 선수들은 손흥민을 위로했다. 고메스 부상 이탈은 가슴이 아프지만 죄책감을 느끼는 손흥민을 바라보는 에버턴 선수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승골을 터뜨린 센크 토순이나 골키퍼 조던 픽포드도 손흥민을 다독였다.
태클 직전 고메스와 한 차례 충돌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손흥민의 백태클을 오해하며 흥분할 수도 있는 환경이었지만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손흥민과 고메스가 빠져나간 뒤에도 격앙된 홈 팬들 반응에도 보복성 플레이는 하지 않았다. 추가시간 골을 넣고도 토트넘을 자극하는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경기 후 에버턴 주장 시무스 콜먼은 토트넘 라커까지 찾아 손흥민을 위로했다. 포체티노 감독과 마찬가지로 에버턴 실바 감독 역시 “분명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태클은 아니다. 100% 확신한다”며 죄책감에 빠진 손흥민을 우회적으로 위로했다.
감독이나 팀 동료들, 심지어 상대팀 선수들도 손흥민을 위로했다. 하지만 당분간 후유증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태클로 인해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게 된 고메스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부담을 안고 뛸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