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수소동맹 확장…완성차에서 수소생산·부품업체까지
입력 2019.10.31 06:00
수정 2019.10.30 20:02
폭스바겐그룹·아람코 이어 해외 수소생산·부품업체와 전략적 협력
폭스바겐그룹·아람코에 이어 해외 수소생산·부품업체와 전략적 협력
수소연료전지자동차(수소전기차) 기술개발 및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수소생산업체와 저장업체, 수소연료전지 부품업체까지 ‘동맹’으로 끌어들였다.
혁신 기술을 습득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외부 기업과의 협업에 한계를 두지 않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수소차 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스웨덴의 연료전지 분리판 코팅기술 전문업체 ‘임팩트 코팅스(Impact Coatings AB)’와 이스라엘의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 기술업체 'H2프로(H2 Pro)’, 스위스 수소 저장·압축 기술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GRZ Technologies)’와 전략투자 및 공동기술개발 등의 협력사업을 발표했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연료전지 개발에서부터 수소생산 및 인프라구축에 이르기까지 수소전기차 관련 혁신기술을 상용화시켜 수소전기차의 제조원가와 수소 생산 비용을 대폭 낮춘다는 전략이다.
일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수소전기차의 대중화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은 차량 가격 경쟁력 확보와 인프라 확충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전기차 구입·보유 비용을 낮추고, 수소생산업체 및 저장업체와의 협력으로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을 가속화해 소수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이번 협력을 결정한 것이다.
임팩트 코팅스는 연료전지 분리판 코팅 기술인 ‘물리기상증착(PVD) 세라믹 코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스택을 구성하는 연료전지 분리판 표면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소재로 세라믹을 사용하는 기술로, 기존 연료전지 스택에 사용되고 있는 코팅소재인 귀금속에 비해 가격이 훨씬 낮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고도화시켜 양산차에 적용함으로써 수소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H2 프로는 수소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수전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H2프로의 수전해 기술은 고가의 분리막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독자촉매를 사용해 분리막 없이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전해에 필요한 전력량도 기존 대비 약 20% 적게 소요된다.
H2프로의 수전해기술을 이용하면 고가의 분리막 탑재·보수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수전해에 필요한 전기량도 기존보다 적게 들기 때문에 수소생산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한 장소에서 수소 생산과 충전이 동시에 가능한 온사이트(현지 공급)형 수소충전소 구축도 가능해진다.
GRZ 테크놀로지스는 수소충전소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독자 기술로 만든 금속수소화물(metal hydride) 수소저장탱크는 일반 수소저장탱크의 저장 압력인 200~500bar에 대비 현저히 낮은 10bar로도 기존보다 약 5~10배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성이 탁월하다.
또한 GRZ 테크놀로지스가 보유한 ‘고밀도 금속수소화물 탱크를 활용한 수소전기차 압축·충전기술도’을 활용하면 기존의 기계식 수소 압축·충전기에 비해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이후로도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상용화 양면에서 모두 선두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ix’의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분 충전으로 590km 주행’이라는 세계 최고 성능을 갖춘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다.
1회충전으로 약 450㎞ 주행이 가능한 신형 수소전기버스도 최근 양산을 시작했으며, 스위스 H2에너지에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600대 규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도 공급한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수소전기차 분야를 개척하는 ‘외로운’ 길을 가는 만큼 각 분야에서의 ‘동맹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수소전기차 관련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 및 기술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향후 기술 협업을 지속, 확대키로 한 것이다.
수소전기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경쟁사와 손잡고 기술까지 공유키로 한 것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수소전기차 시장에서의 패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10여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과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수소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전략이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전 지구적 환경 문제, 에너지 수급 불안, 자원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서 “폭스바겐그룹과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는 물론 수소 연관 산업 발전을 통한 혁신적 산업 생태계 조성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6월에는 수소전기차 인프라의 기반이 되는 ‘수소에너지’ 확산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화학 기업 아람코와 손잡았다.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또 탄소섬유 소재 개발에도 협력해 보다 견고한 수소탱크 생산 및 차량 경량화와 관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중소기업들과도 수소 생산 체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하고 오는 2030년 국내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 및 설비 확대를 위해 총 7조6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 혁신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소전기차 생산비용을 낮추고 수소 인프라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높여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한편, 국내에서도 협력사들과 손잡고 미래 청정에너지 시대에 적합한 산업 생태계를 확립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어간다는 게 중장기적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