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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왜왔냐" 항의받은 정동영, '탈북모자 아사사건' 중재한 사연

이유림 기자
입력 2019.10.27 02:00
수정 2019.10.27 09:59

탈북모자 '사인불명' 나오자 탈북단체 광화문 농성

수개월째 장례 못치러…정동영, 통일부와 중재 약속

28일 삼자대면…통일부 유감표명과 합의사항 발표

탈북모자 '사인불명' 나오자 탈북단체 광화문 농성
수개월째 장례 못치러…정동영, 통일부와 중재 약속
28일 삼자대면…통일부 유감표명과 합의사항 발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빨갱이 왜 왔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우연히 광화문 광장의 탈북단체 농성장에 들렀다가 들은 항의다. 이 농성장은 지난 7월 아사한 탈북모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대표는 탈북모자의 장례가 수 개월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날 농성장을 방문해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탈북모자는 지난 7월 서울 관악구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2세 어머니와 6세 아들은 삐쩍 마른 상태였다. 냉장고에는 고춧가루 외에 이렇다 할 식료품은 없었다. 예금통장에도 잔고가 없었다. 극도의 생활고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송파 세모녀 사건에 이은 또다른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로 조명받았다. 한국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탈북민들이 복지제도를 정확히 모르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이들을 부검한 결과 '사인 불명'으로 나오면서 발생했다. 사망시점도 '추정 불가'였다. 사망한지 두 달이 지나 발견돼 정확한 규명이 어려웠던 것이다. 탈북단체들은 탈북모자 아사사건을 계기로 그간 누적됐던 불만이 폭발했다. 정 대표를 향해 "빨갱이 왜 왔냐"고 성토한 것도 적대감의 표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탈북단체들은 현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는 탈북민과 북한 인권문제를 등한시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위원회의 탈북모자 관련 성명도 사건 발생 석 달이 지난 21일에서야 나왔다. 탈북단체는 '사람이 먼저'라는 현정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그 누구 하나 조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관악구 탈북모자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평화당 관계자는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도 비슷한 부류로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을 "야당 의원"으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다, 장례를 못 치르는 이유가 뭐냐, 중재를 하고 싶다"고 재차 설득했다고 한다.

탈북단체가 내놓은 요구사항은 '통일부가 탈북모자의 사망원인을 '아사'로 밝혀줄 것'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였다. 이에 정 대표는 "과도한 요구도 아닌데, 모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 더는 늦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중재를 약속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경찰이 사인불명으로 판단한 것을 어떻게 뒤집느냐며 난감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 대표의 적극적인 중재 끝에 28일 통일부와 탈북단체가 '삼자대면'을 하게 됐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이날 자리에서는 통일부의 유감 표명과 탈북민 단체와의 합의사항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정 대표는 탈북모자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평화당 관계자는 "통일부는 정부의 잘못이 부각되는 것을 싫어해 합의가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탈북단체는 이번 사건을 사회적으로 알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고, 비극적인 사건인 만큼, 사회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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