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했던 평양, 상처 받은 벤투호
입력 2019.10.17 08:54
수정 2019.10.18 00:06
그라운드선 폭력과 욕설 난무
내년 리턴 매치 설욕 다짐
평양 원정은 싸늘했다. 결국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섰던 남자축구대표팀이 무사히 돌아왔다. 유럽파 등 일부 해외파를 제외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상처만 가득 안고 돌아온 귀국길이었다. 평양에서의 2박 3일은 기이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응원단도, 취재진도, 생중계도 허락하지 않았던 북한은 우리 선수들의 휴대폰은 물론 책 반입조차도 금지시켰다. 챙겨간 고기와 해산물 등 식자재도 사전 신고를 거치치 않아 모두 뺏겼고, 결국 식사는 호텔 내 음식으로만 가능했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에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고, 외부인도 들어올 수 없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했다.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가 많이 거칠었다”며 “심한 욕설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경기 상황을 전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입에 담기 어려운 심한 욕설을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손흥민은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않았는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축구 경기를 하다보면 몸싸움이 당연히 허용되지만 누가봐도 거칠게 들어오는 상황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를 일삼는 과정에서 황인범이 한 차례 가격을 당한 사실이 동료 김진수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인범은 “홈에서 하게 되면 그 때 꼭 우리가 가서 느낀 것을 보여주겠다”며 내년 6월 홈에서 열리는 리턴 매치에서의 설욕을 다짐했다.
시작부터 기이했던 평양 원정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아직 2차 예선은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모든 시선은 벌써 내년 6월 4일(북한과의 홈경기)로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