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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3선' 아스날, 정녕 자카가 답일까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9.09.04 18:04 수정 2019.09.04 18:04

북런던버디서 손흥민에 파울하며 PK 헌납

위험하고 불필요 파울 남발 '양날의 검'

공교롭게도 자카가 온 이후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4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 아스날 공교롭게도 자카가 온 이후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4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 아스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많았던 북런던 더비였다.

아스날은 지난 2일(한국시각) 열린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토트넘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스날과 토트넘은 굉장히 격렬하면서도 박진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라이벌전다운 명승부를 연출했다.

자칫 홈에서 패배를 당할 뻔 했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수비 불안을 다시금 노출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전반에 2골을 내주고 끌려 다닐 경기는 아니었다.

전반 초반 아스날은 강한 전진 압박으로 흐름을 주도하면서 토트넘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전반 10분 토트넘이 시도한 한 번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패스, 에릭 라멜라의 슈팅을 통과시켰고, 레노 골키퍼가 선방했지만 쇄도하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놓쳤다.

가장 큰 문제는 전반 38분에서 나타난 장면이다. 그라니트 자카(26)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불필요하게 손흥민의 발을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이미 공은 손흥민의 발을 떠난 상황이었고, 손흥민은 자카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0-2 뒤진 아스날은 전반 추가시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후반 26분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연속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으며 간신히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아스날은 후반에 완전히 지배하며 토트넘을 몰아세웠다. 앞선 두 차례 실점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승점1은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자카의 페널티킥 파울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자카의 거친 파울과 판단 미스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자카는 2016년 여름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 무려 다섯 차례 페널티킥을 내줬다. 2016-17시즌부터 올시즌 포함, 이 부문에서 자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자카는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주장은 팀에 대한 헌신과 책임이 뒤따른다. 그리고 동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팀에 해를 끼치는 자카의 플레이는 주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스날은 아직까지 정식 주장을 임명하지 않은 채 올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자카의 어리숙한 플레이와 수준 미달의 수비력은 언제나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자카가 아스날의 차기 주장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카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빌드업에서 자카의 능력이 극대화된다. 자카의 왼발킥은 정교함과 파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좌우 오픈 공간으로 시원스럽게 뻗어가는 패스가 일품이다. 빠른 사이드 체인지로 공간을 창출하고, 상대 수비의 전열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큰 무기다.

하지만 상대의 압박이 느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린다. 공을 잡고 돌아서며 시야를 확보한 상 황에서는 언제든지 자유자재로 패스를 배달할 수 있는 반면 상대의 압박이 거세면 이러한 장점이 희석된다.

자카의 약점은 이뿐만 아니다. 수비력은 최악에 가깝다. 지나치게 거친 몸싸움과 태클 시도로 인해 파울과 카드가 난무하다. 이번 북런던 더비에서도 무려 7회의 파울과 경고 1회를 받았다.

자카는 아스날 이적 1년차였던 2016-17시즌 경고 5회, 퇴장 2회를 기록했다. 2017-18시즌(경고 10회), 2018-19시즌(경고 10회)에도 수많은 옐로우 카드를 수집했다. 과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3시즌 동안 퇴장만 5회를 기록하는 등 레드카드 수집가로 악명이 높았다.

자카는 느린 주력과 함께 수비 라인 보호가 뛰어나지 않을뿐더러 활동량도 적다. 오히려 자카의 파트너 귀엥두지가 빌드업 상황에서 더 많은 볼터치를 통해 상하좌우로 패스를 뿌린다. 귀엥두지는 자카만 큼의 패싱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을 받기 위해 스프린트를 시도한다. 이에 반해 자카에게는 그만한 적극성을 찾아볼 수 없다.

아스날이 지난 시즌 리그 5위로 마친 것은 38경기에서 51실점을 허용한 수비력에 있었다. 물론 아스날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비 보강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수비보단 공격 포지션에 좀 더 무게감이 실렸다. 다니 세바요스를 임대로 데려왔고, 윙 포워드 니콜라 페페 영입을 위해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투자했다.

로랑 코시엘니(보르도), 나초 몬레알(소시에다드)를 내보내고, 왼쪽 풀백 키어런 티어니,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를 영입하며 수비 숫자를 채우는데 급급했다. 티어니는 부상으로 인해 다음달에서야 복귀가 유력하고, 이미 전성기에서 내려온 루이스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센터백 중 한 명이다. 실질적으로 영입을 통해 수비력을 업그레이드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3선은 자카가 버티고 있다.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는 루카스 토레이라가 유일하다. 자카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귀엥두지, 토레이라 등 20대 초반의 젊은 미드필더들이 많은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스날에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자카의 어리숙한 플레이와 수준 미달의 수비력은 언제나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 아스날 자카의 어리숙한 플레이와 수준 미달의 수비력은 언제나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 아스날

아스날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체제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지만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 시즌 4라운드까지 6실점을 비롯해 65개(뉴캐슬전 9개, 번리전 18개, 리버풀전 25개, 토트넘전 13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16.25개의 슈팅을 내준 것이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20개팀 가운데 무려 네 번째로 높은 슈팅 허용률이다.

가로채기 숫자에서도 경기당 평균 8.3개로 20개팀 가운데 17위에 불과하다. 수비적인 지표에서는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이 아스날의 현 주소다.

에메리 감독은 여전히 자카를 자신의 빌드업 축구에서 키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카의 성장세와 프리미어리그 적응도가 더디다. 자카는 2016-17시즌 이후 아스날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자카가 온 이후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4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2016-17시즌 5위, 2017-18시즌 6위, 2018-19시즌 5위로 챔피언스리그 단골 손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온전히 자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없겠지만 지난 3시즌 아스날 허리의 중심은 자카였다는 점을 한 번쯤 곱씹어봐야 할 때다.

과연 수비 불안을 겪고 있는 에메리 감독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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