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제 신호"…美 장·단기 금리 역전에 금융권 '촉각'
입력 2019.08.31 06:00
수정 2019.08.30 22:37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2년물 하회…금융위기 후 처음
뚜렷해진 경기 둔화 흐름…글로벌 금융 시장 긴장 고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2년물 하회…금융위기 후 처음
뚜렷해진 경기 둔화 흐름…글로벌 금융 시장 긴장 고조
미국 국채의 장·단기 역전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통상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경각심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실제로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중순 장중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년물 금리를 하회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두 국채 금리가 역전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미국의 10년과 2년물 국채 금리는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장·단기금리로 인식된다.
중앙은행의 경우 통상 미국의 10년과 3개월물 국채 금리 차에 주목하는데, 두 금리 역시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3개월물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올해 3월 들어 5일 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고,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 발생에 대해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 상반된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금리 역전 당시에 비해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된 점을 이유로 이번 금리 역전에 대한 경기 침체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기 침체 신호이지만 이번 역전이 과거보다 덜 정확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세인트루이스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가 안전자산으로 이동을 초래했으며, 미국 경제 지표가 견조한 만큼 향후 장·단기 금리 역전 지속 기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는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경제 손상이 채권시장에 나타난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실물 경제로의 확산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이번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을 중요한 경기침체 시그널로 해석하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캐나다중앙은행은 2000년과 2007년에 금리 역전을 간과한 사례를 지적하면서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블룸버그는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 역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금리 역전이 이전과 달리 심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하강에 대비해 미 연준이 경기대응완충자본 조절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는 이런 염려를 더욱 키우는 대목이다. 중국의 지난 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4.8%로 2002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 대비 0.1% 감소를 나타냈다.
김혜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5월 이후 미국 국채의 10년과 3개월물 금리역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경기 침체 지표인 10년과 2년물의 금리 역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이전 10년·3개월물과 10년·2년물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국 경제 둔화가 가시화되고 미국의 경기 순환 사이클이 막바지에 위치한 상황에서 다양한 시장 지표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