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쓰고도 우승 없는 인터 밀란
입력 2019.08.22 00:12
수정 2019.08.21 21:47
10년 전 유러피언 트레블 이루며 전성기
8년 연속 무관, 돈 씀씀이는 전 세계 10위
이탈리아 클럽 중 유일하게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의 업적을 지니고 있는 인터 밀란이 좀처럼 과거의 폼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 밀란은 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2009-10시즌 세리에A와 코파 이탈리아,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싹쓸이하며 역사를 써냈다.
이듬해에도 세리에A 2위, 그리고 코파 이탈리아 연패에 성공하면서 전성기가 이어지는 듯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인터 밀란은 2011-12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년 연속 무관에 그치며 자존심을 잔뜩 구기고 있다. 함께 몰락한 지역 라이벌 AC 밀란도 같은 기간 우승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이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돈의 씀씀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9시즌간 인터 밀란이 이적 시장에 쏟아 부은 자금은 8억 3352만 유로(약 1조 1135억 억원)로 전 세계 클럽 중 10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은 돈을 쓴 클럽은 맨체스터 시티로 ‘진정한 부’의 위력을 뽐내며 13억 5768만 유로(약 1조 8138억 원)를 지갑에서 꺼냈다.
맨시티에 이어 바르셀로나가 12억 9527만 유로(약 1조 7304억 원)로 2위, 파리생제르망이 12억 7410만 유로(약 1조 7022억 원)를 이적시장에 뿌렸다.
하지만 TOP 10 이내 팀들 중 우승 트로피가 없는 클럽은 인터 밀란이 유일하다. 지출 규모 1위부터 8위까지의 팀들이 같은 기간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8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중 7번이 이들 클럽에 의해 달성됐다.
인터 밀란은 지난 2016년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며 일약 큰 손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리그 성적이 시원치 않은데다 FFP룰에 저촉되는 점, 여기에 팀의 이적 정책 역시 값비싼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경기를 좌지우지할 에이스급 선수를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인터 밀란이 추락한 사이 세리에A의 최강자로 우뚝 선 유벤투스의 존재도 신경 쓰인다. 무려 8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한 유벤투스는 그동안 빅네임 선수 영입에도 열을 올리며 리그 내 ‘넘사벽’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터 밀란은 이번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로멜루 루카쿠를 6500만 유로에 영입, 클럽 레코드를 작성했다.
황당한 점은 최고액 기록이 갈아치우기 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점이다. 종전 최고액은 1999-00시즌 라치오에서 이적한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4648만 유로.
심지어 TOP 10에는 2002-03시즌 에르난 크레스포(6위), 1997-98시즌 호나우두(10위) 등 추억의 스타들이 아직도 포진해있다. 그만큼 돈은 많이 썼으나 빅네임 영입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스타 선수를 모시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는 행보이기도 하다. 부랴부랴 이번 시즌 루카쿠를 영입했으나 인터 밀란의 올 시즌 현실적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이내 진입이다. 유벤투스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