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웨이브' 9월 출범…악조건 속 성공 가능성은?
입력 2019.08.21 11:02
수정 2019.08.21 11:05
공정위 조건부 승인, 유튜브·넷플릭스와 경쟁서 발목 잡나
콘텐츠 경쟁력 관건인데…“글로벌 사업자와 역차별 없어야”
공정위 조건부 승인, 유튜브·넷플릭스와 경쟁서 발목 잡나
콘텐츠 경쟁력 관건인데…“글로벌 사업자와 역차별 없어야”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내달 출범한다.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대적한 국내 사업자 간의 연합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내건 조건이 통합 OTT 성패의 변수로 떠올랐다. 콘텐츠 경쟁력이 저해될 수 있는 조건이 붙으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21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 OTT 푹(POOQ)과 SK텔레콤 옥수수(oksusu)를 결합한 국내 최대 OTT ‘웨이브(WAVVE)’가 내달 18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통합 OTT 명칭은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은 웨이브(wavve)로 정했다. 영업양수도 및 신주 인수 절차도 내달 18일까지 마무리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취득 및 콘텐츠연합플랫폼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실사용사 400만명 국내 최대 OTT 탄생
푹과 옥수수의 결합은 월간 실사용자수(MAU) 400만명을 넘는 국내 최대 OTT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규모는 약 180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웨이브가 성공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이 글로벌 경쟁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기존 지상파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공급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 또는 변경 금지 ▲다른 OTT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VOD 공급 요청 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지상파 실시간 방송의 중단 또는 유료 전환 금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 또는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결합당사회사 OTT 가입 제한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 중 경쟁사에 지상파 VOD 공급 협상을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통합 OTT의 콘텐츠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경쟁력을 쌓은 글로벌 OTT와 달리, 콘텐츠를 타사에 오픈하는 것 자체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할 길이 막혔다는 해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승인 결정 자체는 국내 OTT 활성화 측면에서 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나, 글로벌 사업자들과 역차별이 일고 있는 와중에 추가적인 조건들이 붙은 것은 아쉽다”며 “월트디즈니 OTT 진출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데 (웨이브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 장악한 넷플릭스…월트디즈니까지 가세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한 이래 국내 OTT 시장을 서서히 장악하고 있다. 시장 진입 초기에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됐으나, 올해 2월 말 기준 넷플릭스 순 방문자는 240만2000명을 기록하며, 1년 전인 작년 2월(79만9천명)보다 3배 넘게 늘어났다.
반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자는 감소 추세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이용자는 184만명, 유료 결제액은 2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6월 63만명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올해 초 10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월트디즈니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월트디즈니는 오는 11월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아직 국내 서비스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합법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투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 OTT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국내 OTT 생존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일정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도 유상증자를 통해 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통합 OTT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방송3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활발한 제휴·협력을 통해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수급·공동 제작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기업결합이 조건 없이 승인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감안해 이뤄진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이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통합 OTT가 빠르게 출범할 수 있도록 남은 절차가 조속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법인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할 것이며,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미디어 생태계 확장과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