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때리기' 없는 경축사…文대통령 "기꺼이 손잡을 것"
입력 2019.08.15 12:00
수정 2019.08.15 12:11
광복절 경축사서 "먼저 성장한 나라가 사다리 걷어차면 안돼"
"부당한 수출규제 맞서 경제강국 향한길 뚜벅뚜벅 걸어갈 것"
광복절 경축사서 "먼저 성장한 나라가 사다리 걷어차면 안돼"
"부당한 수출규제 맞서 경제강국 향한길 뚜벅뚜벅 걸어갈 것"
15일 광복절 경축사에는 '일본규탄' 메시지가 없었다. 매년 빠지지 않던 과거사 문제는 물론 최근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사과 요구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최악의 한일갈등과 직면한 상황에서 '여론의 장단'에 맞추기 보단 '외교적 실리'를 택한 것이란 해석이다. 동시에 역대 광복절 경축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위의 대일 메시지를 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성장한 나라가 사다리 걷어차선 안돼"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선 "일본 경제도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분업을 이루며 발전해왔다"면서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극일(克日) 메시지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해 왔지만, 이제 앞서서 도전하며 선도하는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면서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면서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