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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리 추락 속 은행과 정부의 딜레마

부광우 기자
입력 2019.08.14 07:00
수정 2019.08.13 21:27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대출 이자율도 본격 하락 돌입

불어나는 부채 수요, 억제하는 정부…시장은 좌불안석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대출 이자율도 본격 하락 돌입
불어나는 부채 수요, 억제하는 정부…시장은 좌불안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0%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지난 달 금통위가 열리던 날 오전 한은 기자실에 울려 퍼진 안내 멘트에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충격은 잠시, 곧바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예견된 깜짝 발표. 한은의 이번 결정을 놓고 하는 얘기다.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줄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새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내 한 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는 관측에 이어, 이번 달 들어서는 두 차례도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올해 한은 기준금리가 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시장의 반응은 이보다 빨랐다. 기준금리 하락이 시간문제로 여겨지던 지난 6월 은행들이 내준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율은 이미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3.06%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전체 평균일 뿐,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가진 고객들은 2%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심정은 복잡 미묘하다. 사실 이론적으로만 놓고 보면 은행들로서는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떨어지는 기준금리 인하폭에 맞춰 대출 이자율도 내리면 그만이다. 통화정책에 순응한 판단이라는 명분 아래서 고객들은 금융비용을 절감하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대출 금리 인하에 한층 속도를 낼 태세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잠잠해졌던 가계 빚 확대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자가 싸졌다는 소식에 은행 문을 두드리는 고객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처럼 집값과 직결된 가계부채 억제는 이번 정부와 금융당국의 핵심 과제다. 낮아진 금리에 필연적으로 불어날 대출 수요를 은행들이 마냥 반길 수 없는 배경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품었다가는 자칫 금융당국에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다. 거세지는 시장의 요구와 정부의 기조 사이에서 은행들은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부광우 데일리안 시장경제부 기자.ⓒ데일리안
억제는 반발을 낳는다. 15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 빚이 더 늘더라도 지켜만 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이 빚을 내는 건 흥청망청한 생활을 원해서가 아니다. 가계부채를 억누르려고 애쓰는 만큼, 빚을 좀 덜 지고도 살 만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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