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서 '우산' 못 빌려"…한국당, 독자 핵대응전략 주장
입력 2019.08.13 02:00
수정 2019.08.13 07:20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공약 철회 우려 높아
원유철 "우리 우비 입어야 할 때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공약 철회 우려 높아
원유철 "우리 우비 입어야 할 때가 됐다"
자유한국당 '한국형 핵전략,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 철회에 대한 우려감 속에 우리도 제대로 된 북핵 억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당 북핵외교안보특위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 모임은 12일 의원회관에서 '한국형 핵전략,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주관했다.
이번 토론회는 북한이 연일 우리를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일상화'하는 상황 속에 큰 관심을 끌었다. 황교안 대표가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으며, 김광림 최고위원과 정갑윤·정우택·신상진·김영우·윤재옥·이헌승·김규환·김순례·김정재·민경욱·성일종·송언석·정유섭·조훈현 의원 등이 자리했다.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미국의 핵우산이 사라지고 있다"며 "비가 올 때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올 수 없듯이, 우리도 이제 우비를 입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며, 제대로 된 북핵 대응 전략인 '한국형 핵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국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에 대한 안보 공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하거나 한미동맹을 형해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북핵에 대항하는 '핵우산'이 무력화될 것을 깊이 우려했다.
백승주 "미국 '핵우산' 명시적 표현 뺐다"
美 중거리미사일 지렛대 삼을 필요성 제기
국방차관을 지낸 백승주 의원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핵우산'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뺀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외교적 해법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전옥현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도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군사적·비군사적 동맹 관계를 깨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미국이 핵동결을 통해 북핵을 인정할 수도 있다. 한미동맹 파기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따라 참석자들은 발제에 뒤이은 토론에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한반도 주변 해역에 핵잠 상시 배치 △자체 핵무장 △아이언돔 등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 핵무기를 전진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미 간의 핵공유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용 전 외교차관은 "최근 미일 원자력협정이 연장됐는데, 일본에 핵물질의 농축과 재처리까지도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며 "우리도 핵협상 실패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고 시사했다.
국정원 대북실장을 지낸 김정봉 유원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실험한 방사포에 소형화한 핵탄두를 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해, 이를 지렛대 삼아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할 적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