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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호날두 노쇼’ KBO리그에 던진 돌직구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8.03 07:00 수정 2019.08.03 06:32

기대 부풀었던 축구팬들, 호날두 기만 행위에 분노

'팬 서비스' 불성실한 KBO리그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기대 부풀었던 축구팬들, 호날두 기만 행위에 분노
'팬 서비스' 불성실한 KBO리그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호날두에 대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호날두에 대한 국내 팬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아직도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날두의 소속팀 유벤투스는 지난달 2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팀K리그와 친선전을 벌였다. 경기 자체는 흥미진진했으나 전, 후 사정을 목도한 축구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당초 유벤투스 측은 26일과 27일, 이틀간의 일정을 프로축구연맹에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벤투스는 당일 입국 → 경기 → 출국이라는 무리한 일정표를 짜 친선전을 성사시켰다.

세계적인 구단과 스타플레이어들이 온다는 소식에 국내 축구팬들은 들썩였다. 평균 티켓 가격이 20만 원에 달했으나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6만 여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이유는 단 하나, 호날두를 보기 위해서였다.

호날두는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선수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고, 평소 언론을 통해 드러난 남다른 팬서비스에 ‘우리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호날두는 한국 팬들에게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당초 예정된 팬 사인회에 불참한 것은 물론 45분 출전 조항을 어기며 끝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도 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으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던 팬덤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다. ‘우리형’의 수식어는 이제 ‘날강두’로 불리고 있으며, 인터넷 신조어로 퍼져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가 계약을 어긴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팬들을 기만했고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축구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호날두의 이른바 ‘노 쇼’는 종목을 막론하고 팬을 소중히 대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최근에는 SNS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선수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공유되고 있다. 미담보다 악소문이 빨리 퍼진다고, 팬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포착됐을 때에는 순식간에 파장이 확산되며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KBO리그도 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연합뉴스 KBO리그도 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연합뉴스

국내 스포츠에서는 유독 팬 서비스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는 종목이 바로 KBO리그다.

지난 5월 인터넷에는 지방 모 구단의 선수가 지하주차장에서 어린이 팬들의 사인 공세를 무시한 채 지나친 모습이 포착되며 팬들의 공분을 샀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심지어 몇 해 전 은퇴한 한 레전드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희소성’을 언급했는가 하면,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고 자리를 뜨는 선수들의 장면이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언론과 팬들의 비판이 거듭되면서 최근에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녀 사냥’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사인해주는 선수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은 90년대 인기 최고조를 달리던 선수들에게 "생산성 없는 공놀이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이들은 오로지 팬들이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처럼 팬심은 거품과도 같다. 그리고 열렬한 지지가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이번 호날두 노 쇼 사태로도 드러났다.

KBO리그 역시 올 시즌 뚜렷한 관중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여러 요인 중 불성실한 팬 서비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호날두 노쇼를 간접 경험한 KBO와 리그의 전체 선수들이 반드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부분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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