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산 불매운동…제대로 알고 하고 있나

김유연 기자
입력 2019.08.01 07:00
수정 2019.08.01 05:51

불매운동 장기화…대상 품목 다양화

일본기업으로 오해…피해 호소하는 기업들

불매운동 장기화…대상 품목 다양화
일본기업으로 오해…피해 호소하는 기업들


서울 은평구 푸르네마트에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딱 한 달이 됐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이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맥주, 의류, 화장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일본 브랜드를 구입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오는 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앞두고 여론은 더 악화될 분위기다.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젊은 층에서는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문구가 유행일 정도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연일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가 떠돌고 있고, 휴가철 성수기를 맞은 최근에는 일본 여행을 취소하자는 움직임도 거세다.

중소마트에 이어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일본 제품 판매 축소·중지에 나섰고 이 같은 분위기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 '메이드 인 재팬'을 거부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의 원재료까지 따지면서 식품업체들도 '일본 색깔 빼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일본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되면서 불매운동 강도도 한층 강화되고 있지만 반면에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우리 기업들도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쿠팡과 다이소, 한국코카콜라 등은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일본 브랜드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쿠팡은 일본 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다이소 역시 '일본 다이소'와 엮이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다이소는 한국기업 아성HMP가 지분 50.02%, 일본 다이소가 34.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한국인 박정부, 신호섭 두 사람으로 판매하는 제품도 일본 다이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콜카콜라도 일본에서 인기 많은 '토레타'와 '조지아커피' 때문에 일본 브랜드로 오해를 받았다. 한국코카콜라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코카콜라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판매되는 브랜드와 제품의 상품권을 본사가 소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요 소비재 기업 뿐만 아니라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라멘, 이자카야 등 일본식 음식점이면 무조건 불매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식 음식을 판매하지만 식재료는 물론 일하는 직원 모두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식당들이다. 단지 일본 음식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이들을 하소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덮어놓고 거부하기 보다는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다. 잘못된 정보나 혹은 의도된 거짓정보에 속아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불매운동'이 누군가에겐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한 접근으로 본질을 퇴색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경제의 체질을 한 단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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