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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돕는 쑨양…뭐가 그리 당당한가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7.24 07:14 수정 2019.07.24 07:33

자유형 200m서 상대 선수 실격으로 금메달

제 식구 감싸는 중국, 솜방망이 징계 FINA

호주의 맥 호튼은 자유형 400m 시상식서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 게티이미지 호주의 맥 호튼은 자유형 400m 시상식서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 게티이미지

기이한 일이다. 이쯤 되면 하늘이 돕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이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그야말로 천운이 따랐던 레이스였다. 이날 쑨양은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전체 8명의 선수들 중 두 번째로 골인했다. 그러나 곧바로 순위가 정정됐다. 1위를 기록한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의 부정 출발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이 최상단에 오르는 것을 본 쑨양은 손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쑨양의 업적은 대단하다. 그는 자유형 200m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했고, 앞서 열린 자유형 400m에서는 남자 경영 역사상 세 번째로 4연패를 이뤄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서 존경받지 못한 선수로 전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지약물에 대한 의혹의 족쇄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쑨양은 2014년 도핑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자신의 혈액을 채취한 유리병을 깨뜨리며 도핑테스트를 거부, 이에 대한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몸속에 불법 금지 약물의 효과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쑨양은 순항 중이다. 자유형 400m를 석권했고, 200m에서는 하늘이 돕기까지 했다. 그런 그를 함께 축하해 줘야할 선수들이 외면하고 있다.

자유형 400m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한 호주의 맥 호튼이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거부한데 이어 사진 촬영까지 보이콧하며 무언의 항의를 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영국의 에이스 던컨 스캇이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방귀 뀐 사람이 성 낸다고, 쑨양은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호튼의 보이콧에 대해서는 공식 기자회견 자리서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는 사람이 있다”라며 “호주 선수(맥 호튼)가 불만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시상대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나섰다. 쑨양 개인을 무시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고 애국심을 자극했다.

쑨양은 자유형 200m 시상식 후 던컨 스캇을 향해 조롱의 언사를 했다. ⓒ 게티이미지 쑨양은 자유형 200m 시상식 후 던컨 스캇을 향해 조롱의 언사를 했다. ⓒ 게티이미지

급기야 던컨 스캇에게는 안하무인의 인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쑨양은 자유형 200m 시상식이 끝난 뒤 스캇에게 다가가 “넌 패배자이고 내가 승리했어!(You loser, I win)”라는 말을 2번이나 반복했고, 이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쑨양이 당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철저히 조사하고 관리, 감독해야 할 수영 단체들이 오히려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영협회는 쑨양을 두둔하기에만 급급하며, 국제수영연맹(FINA)은 아예 경고 조치만 취한 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출전을 허락했다. 이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황이지만, 판결은 대회가 끝난 뒤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쑨양에 대한 세 번째 보이콧은 24일 자유형 800m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쑨양은 지난 대회 이 종목에서 5위에 그쳤으나 앞선 3개 대회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자다.

전날 열린 예선에서는 전체 8위 성적으로 결선에 턱걸이 했으나 그를 견제할 호주의 맥 호튼은 물론 미국의 강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등 또 한 번 천운이 쑨양을 감쌌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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