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라인게임에 ‘로그인!’…넥슨 ‘게임을 게임하다’ 전시회 가보니
입력 2019.07.18 06:00
수정 2019.07.18 05:57
ID 입력하고 ‘차원의 문’ 통과하니 캐릭터 부여
바닥에 AR 카트라이더 트랙 달리는 ‘배찌’ 등장
‘크아’ 맵 올라서자 밟는 블록마다 물풍선 터져
복원 프로젝트 ‘바람의나라 1996’ 체험존도
ID 입력하고 ‘차원의 문’ 통과하니 캐릭터 부여
바닥에 AR 카트라이더 트랙 달리는 ‘배찌’ 등장
‘크아’ 맵 올라서자 밟는 블록마다 물풍선 터져
복원 프로젝트 ‘바람의나라 1996’ 체험존도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밴드를 장착하자 어느새 온라인게임 속 세상에 ‘로그인’해 있다. 캐릭터는 ‘숙달된 스나이퍼_Red’. 주위에서 갑자기 처치해야 할 적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 노리는 적은 없다. 게임 전시회장에 입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넥슨이 17일 공개한 ‘게임을 게임하다/invite you_’ 전시장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 속에서 빛을 내며 관람객을 맞이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매료됐다. 마치 거대한 온라인게임 세상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2000년대 초반에 만든 넥슨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손목시계처럼 생긴 ‘ID 밴드’를 발급받았다. 체크포인트에 밴드를 태깅하자 전시장으로 로그인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넥슨 아이디가 없는 관람객도 닉네임을 자유롭게 설정한 뒤 게스트로 로그인할 수 있다.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증강현실(AR)로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태블릿을 들고 전시장 바닥을 비추자 카트라이더 트랙이 화면에 나타났다. AR로 게임을 플레이해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귀여운 ‘배찌’ 캐릭터가 카트를 타고 요리조리 바닥을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체험은 ‘크레이지아케이드 BnB’였다. 물풍선을 터트려 상대를 처치하는 게임인데, 과거 친구들과 방과 후 PC방에 삼삼오오 모여 ‘뱅기(당시 상위 레벨 훈장 모양을 칭하던 용어)’를 달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던 추억이 소환됐다.
현실로 구현된 ‘크아’ 맵에 올라서자 밟는 곳마다 물풍선이 터졌다. 박스를 다 터트려 퀘스트를 깨고 물풍선에 갇힌 배찌를 구하자 ‘WIN’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추억의 놀이 ‘얼음땡’을 싱글 플레이 버전으로 구현한 작품이라는 설명인데 꽤 현실감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왼쪽 상단에 있는 버튼을 터치하면 서비스 당시 유저들과 게임 개발진이 주고받은 실제 이메일들이 나타났다. 유저들의 애정과 쓴 소리도 마다 않고 개선하려 했던 개발자들의 노력이 절절히 느껴졌다.
전시장 한 켠에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로 멸종된 줄 알았던 뒤통수가 튀어나온 브라운관(CRT) 모니터가 전시장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1994년 ‘단군의땅’과 ‘쥬라기공원’으로 시작한 국내 온라인게임의 태동기를 인 게임 영상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인 ‘바람의나라’ 복원 프로젝트 ‘바람의나라 1996’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롭다.
체험을 마치고 ‘로그아웃’을 위해 마지막으로 밴드를 태깅했다. 지하철 안내 방송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작별인사를 했다. 게임 속 스나이퍼 캐릭터를 끝내고 현실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태깅한 기계에서 영수증 형태의 출력물이 나왔는데, 그동안 기자가 즐겨온 넥슨 게임에 대한 개인적인 아카이빙 데이터와 함께 이날 전시 관람의 결과물이 나왔다. 두 뼘가량의 길이로 나온 출력물을 보니 기자가 2005년에 플레이했던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아케이드 BnB의 아이디와 플레이 기록 등이 적혀 있었다.
어떤 체험객은 과거 전 애인의 이름으로 만든 아이디 등이 적혀 나오면서 넥슨 기획 의도처럼 제대로 추억이 ‘소환’됐다고 했다. 길이가 1.5m나 되는 출력물을 받곤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는 후문이다.
전체적으로 온라인게임과 함께 자라 추억을 간직한 20~40대는 물론, 그 위의 세대도 한참 게임을 즐기고 있을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 게임에 대해 논의해보고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을 만한 자리로 꾸며져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은 “사람 나이 25살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시기라면 온라인게임도 25주년을 맞아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에서 전시 기획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 이름의 슬래시(/)는 게임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또 앞으로 즐기게 될 모든 플레이어를 소환한다는 의미”라며 “이번 전시가 문화예술 콘텐츠로서의 게임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18일부터 9월 1일까지 약 40일간 이뤄진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