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만 태우는 마에다…잃어버린 1000만 달러
입력 2019.06.22 09:00
수정 2019.06.23 07:27
다저스와 계약 당시 과도한 플러스 옵션
선발 출전 기회 줄어들며 연봉도 동반 하락
LA 다저스의 선발 투수 마에다 겐타(31)가 계약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 될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마에다는 올 시즌 14경기에 선발로만 나와 76.2이닝을 소화했고 7승 4패 평균자책점 3.87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과도하게 책정된 플러스 옵션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게 되면서 더욱 우울해지고 있다.
마에다는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다저스와 8년간 2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일본 시절, 다나카 마사히로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특급 투수였기에 충격적인 계약 내용이었다. 다나카는 뉴욕 양키스와 7년간 1억 5500만 달러에 계약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물론 보장금액이 적은 대신 엄청난 액수의 플러스 옵션을 매긴 마에다였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다저스가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마에다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계약 내용은 이렇다.
8년간 보장 연봉 : 연간 30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 : 100만 달러(에이전트 몫)
옵션
⓵ 개막 로스터 합류 : 15만 달러
⓶ 선발 등판 횟수에 따라 최대 650만 달러(15회, 20회 등판 시 100만 달러씩, 25회, 30회, 32회 등판 시 각각 150만 달러)
⓷ 이닝에 따라 최대 350만 달러(90이닝부터 190이닝까지 10이닝당 25만 달러, 200이닝 돌파 시 75만 달러 추가)
⓸ 트레이드 시 위로금 100만 달러
⓹ 계약 해지 시 곧바로 FA
⓺ 등번호 18번, 연간 네 차례 LA-일본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권, 통역사, 여행 비용, 숙박비, 개인 스태프 비자 발급 비용 지원
따라서 옵션을 모두 채울 경우 연간 1315만 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8년 총액 1억 520만 달러의 대형 계약으로 바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계약 4년차에 접어든 마에다는 꼬박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며 연봉 315만 달러로 출발 중이다. 계약 첫해였던 2016년에는 옵션 대부분을 충족하며 1190만 달러를 챙겼다. 하지만 2년 차에 주춤하며 790만 달러 수령에 그치더니 지난 시즌에는 불펜 투입이 잦아지며 615만 달러만 받았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계약이다. 만약 마에다가 부진하면 보장연봉 300만 달러만 쥐어주면 되고, 옵션을 모두 채울 정도로 활약을 펼치면 이는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된다.
마에다가 자충수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옵션의 내용이 ‘선발’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만약 마에다의 구위가 좋더라도 다저스가 불펜으로 활용한다면 옵션을 채울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불펜 투수는 선발에 비해 소화 이닝이 적을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손해가 발생한다. 39경기 출전해 선발 등판은 20회에 그쳤고, 125.1이닝만 소화했던 지난 시즌이 대표적이다.
마에다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부분은 올 시즌 절반이 지나는 시점인데도 개막 로스터 합류를 제외하면 아직 플러스 옵션을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저스 구단 역시 '꼼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에다는 지난달 말 샌디에이고전에서 상대 투수 투구에 허벅지를 맞았고 별다른 부상이 없었음에도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결국 두 차례 선발 등판 기회를 손해 봤고, 타구에 손등을 맞은 이번에도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돼 이래저래 속상한 상황만 발생하고 있다.
한편, 마에다는 다음 등판 때 선발 관련 플러스 옵션(100만 달러)이 첫 발동되며, 이닝 관련 옵션은 아직 13.1이닝을 더 던져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