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747·朴 474처럼 안한다더니...文대통령 3044 '숫자공약'
입력 2019.06.20 05:00
수정 2019.06.20 05:51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서 목표 제시
"30년까지 제조업 4강 국민소득 4만불 가자"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서 목표 제시
"30년까지 제조업 4강 국민소득 4만불 가자"
"정부는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을 목표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한다.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소득 4만불'시대를 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경기도 안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열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제조업 부흥이 곧 경제부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주요 경제지표에 구체적인 '숫자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언급하긴 했으나 전년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9745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만달러 도달은 목표라기 보단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문은 촘촘하게 각종 지표들이 숫자들로 채워졌다. "2030년까지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현재 25%에서 30%로 높이고, 신산업·신품목 비중도 16%에서 30%로 확대하겠다", "세계 일류기업 역시 현재 573개에서 1,200개로 2배 이상 늘리겠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 "2030년까지 'AI기반 스마트공장' 2,000개 신설" 등이다.
이는 민생경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치권 '정책통'으로 불리는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관련 정책을 수치로 단순화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했다. 수치로 비전을 제시해야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숫자 목표치 제시'는 성장만능 문제 야기라더니...
실제 숫자로 경제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747 공약'(7% 성장, 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이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474'가 경제구호처럼 쓰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숫자 목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숫자형 경제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숫자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경제정책의 원칙과 방향만 제시했다.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통하는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명박 정부의 '747'처럼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결과 문제만 발생했다"고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경제 목표를 숫자로 잡는 관습은 성장만능의 '박정희 향수'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숫자를 목표로 잡은 공약은 성패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 나중에 실패로 규정되기 쉬운데다 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되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4강-4만불' 목표 달성 시점을 임기를 훌쩍 넘어선 오는 2030년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