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윤석열 '명언'의 탄생 과정
입력 2019.06.19 10:00
수정 2019.06.19 09:34
당시 질문했던 정갑윤 "인사청문회서 '충성하느냐' 다시 물을것"
여권 내부에선 '수사권조정 이견‧내부수사' 우려 목소리도
당시 질문했던 정갑윤 "인사청문회서 '충성하느냐' 다시 물을것"
여권 내부에선 '수사권조정 이견‧내부수사' 우려 목소리도
정갑윤(새누리당 의원): 윤석열 지청장, 자리에서 일어서 보세요.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여주지청장):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갑윤: 앉으세요.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이 탄생한 과정이다.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나온 발언은 '검사 윤석열'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레토릭이 됐다. 6년 뒤 검찰총장 후보자에 오른 뒤 해당 발언은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도 등재됐다.
당시 윤석열 지청장은 '사람에 충성하느냐'는 질문의 구절을 되받아서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 한마디는 권력자에 맹목적 충성을 거부하는 강직한 검사의 상징으로 회자됐다.
당시 답변을 이끌어 냈던 정 의원은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내부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검찰은 상하관계와 상명하복이 뚜렷한 조직적 특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 물어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이명박정부의 국정원 댓글사건을 지휘했다. 윤 후보자는 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낙마한 후에도 수사를 강행하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항명파동에 휩싸였다.
"항명파동 책임 묻고, 채동욱에 충성하느냐 물은 것"
정 의원은 "당시 검찰 내부 갈등이 국정감사장에서도 그대로 노출되면서 우리가 검찰에 갖는 신뢰가 흔들렸다"면서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물어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시 검찰 내에서도 윤 후보자의 항명에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다"면서 "검찰조직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그래도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자의 폭로는) 나쁘게 말하면 '반란'이었고, 좋게 말하면 '대변혁'이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은 아직도 그분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고 했다. 정 의원이 말한 '그분'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당시 윤 후보자는 '채동욱 사단'의 핵심 멤버로 알려졌었다.
'다시 묻겠다'는 원작자…'충성 않는다'에 긴장한 여권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정 의원은 야당 법제사법위원으로 윤 후보자와 다시 마주앉게 된다. 정 의원은 "이번에 물어볼게 많다. 문재인 정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는지, 조직에 충성하는지' 정확한 의미로 다시 물을 것"이라며 "또 어떤 어록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여권 일각에선 윤 후보자의 '조직을 사랑하고, 사람에 충성 않는다'는 발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등에 대한 윤 후보자의 '강골 소신'이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검경수사권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문무일 총장과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는 윤 후보자의 성향이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권 한 관계자는 "언젠가 그가 검찰총장이 되면 여당 사람들도 긴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그만큼 내부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