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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숲과 호수에는 주인이 없다

이석원 객원기자
입력 2019.06.15 06:58 수정 2019.06.15 07:01

<알쓸신잡-스웨덴 53>사람들의 가장 큰 행복 ‘모든 사람들의 권리’

국유지는 물론 사유지라도 타인의 출입 제한 두지 않는 포괄권

<알쓸신잡-스웨덴 53>사람들의 가장 큰 행복 ‘모든 사람들의 권리’
국유지는 물론 사유지라도 타인의 출입 제한 두지 않는 포괄권


스웨덴의 모든 숲에서는 사람들이 마음껏 숲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권리 때문이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모든 숲에서는 사람들이 마음껏 숲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권리 때문이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 가장 찬란한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의 6, 7, 8월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백야가 시작됐을 뿐 아니라, 여름이 건기이기 때문에 여름 내내 하늘에서 구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당연히 스웨덴 사람들은 밖으로 뛰쳐나온다. 호수 옆 바위 위는 물론, 숲속이나 도심의 공원에는 거의 옷을 걸치지 않은 일광욕객들 천지다. 숲과 호수가 함께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캠핑카와 텐트를 치고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숲과 호수는 넘쳐난다.

전국에 폭넓게 널려있는 숲과 9만 개에 이르는 호수를 가진 스웨덴에서 자연은 그야말로 모두의 공동 소유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국립공원이든 또는 사유지이든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가로막거나 돈을 받거나 하지 않는다.

스웨덴은 그것을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이라는 법 규정으로 보장한다. ‘모든(alle)’ ‘사람들(man)’의 ‘권리(rätten)’라는 뜻이다. 스웨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스웨덴의 자연을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스웨덴 자연보호청(Naturvardsverket)에 10개의 규정이 있다.

‘모든 사람들의 권리(Allemansrätten)’의 내용이다.

1. 개인의 땅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소유자의 집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된다.
2. 사유지의 울타리, 농장 및 문을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의 마당에 들어갈 수는 없다.
3. 버섯과 베리류, 야생의 꽃과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주울 수 있다. 사유지에 있는 나뭇가지도 주울 수 있다.
4. 살아있는 나무에서 가지, 잎 또는 견과를 가져갈 수 없다.
5. 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 불을 피울 수 있다.
6. 어디서나 하루 동안 텐트를 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집과 가까우면 안된다. 캠핑카로 야영하고 싶으면 땅 주인에게 먼저 요청을 해야 한다.
7. 개인 소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이 필요에 따라 금지할 수 있다.
8. 어디서나 수영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보트를 타거나 그 보트를 선착장에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변이 개인의 소유인 경우는 아니다.
9. 개인 소유 해변에서 머물 수 있지만 그 해변 소유자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10. 야생 동물에게 피해가 가도록 개를 풀어놓아서는 안된다.


자연을 대하거나 접하는 정서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자연에 대한 개념도 차이가 있어서 사실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상당 부분 의역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즉 스웨덴 사람들이 자연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일종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돼 있는 것이다.

소유주가 불편을 느끼거나 방해를 받지 않는 범위에서 숲이나 호수의 해변 등이 개인 소유이거나 국가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인이 경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식물의 채취도 자유롭고, 개인 소유의 땅에서도 야영 활동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호수에서 텐트를 치거나 일광욕을 하는 사람 중 사용료를 내는 경우는 없다. 그 땅이 개인의 소유라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호수에서 텐트를 치거나 일광욕을 하는 사람 중 사용료를 내는 경우는 없다. 그 땅이 개인의 소유라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진 = 이석원)

하지만 이런 규정의 전제에 이런 내용도 있다.

‘스웨덴의 자연은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당신은 자연을 조심해야 하며 인간과 동물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자연을 교란하지 말고. 파괴하지 말라. 그것은 보편적 법의 주요 규칙이다. ’

왜 이럴 수 있을까? 우리가 익히 알기로 스웨덴은 개인이 아주 중요하고, 개인의 권리는 국가가 보호하는 최상의 가치인데.

스웨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개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긴다. 또 사람들 스스로도 다분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남에게 간섭이나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간섭하고 방해하는 것도 꺼린다. 그러면서도 공동체의 이익과 권리, 다중의 이해관계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상충되거나 대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것’에 대한 강한 집착보다는 ‘내 것’도 그것이 다중에게 유익한 자연이라면 공유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울타리를 치고, 경계를 두르고, 관리인을 둬서 ‘내 것’을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으로 가둬두지 않는 것, 개인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 누리고 함께 행복하자는 생각이 그들에게는 있다.

또 그것을 국가가 보장한다. 이를 두고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거나 개인의 권리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스웨덴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정서는, ‘이 땅’의 자연을 충분히 누리되 다른 사람, 특히 그것이 개인의 소유라면 스스로 조심한다는 것. 앞서 언급한 ‘남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기 싫으니 남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도 않는다’는 ‘합리적인 개인주의’를 절대 가치로 삼고 산다는 것이다.

‘국토는 넓고, 사람은 적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유’라고만 생각할 수 있을까? 그건 너무 속 좁은 느낌이 들고, 그렇다면 토지 공개념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럴까? 하지만 스웨덴은 자본주의가 가능한 사회민주주의니 꼭 그렇다고만 할 수도 없고.

결국은 ‘함께 살고 함께 행복하기’가 그들의 삶에 깊이 배어 있는데서 비롯된 것 아닐까?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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