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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긴급점검] 환율 악재에 車·전자·항공 초긴장…"리스크 관리 비상"

박영국·이홍석·조재학 기자
입력 2019.05.15 06:00 수정 2019.05.15 06:04

원자재 분야는 원료수입-제품수출 손익 상쇄로 환율 변동 영향 작아

원자재 분야는 원료수입-제품수출 손익 상쇄로 환율 변동 영향 작아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수출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현대상선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수출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현대상선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며 국내 산업계도 업황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환율에 민감한 항공업계는 물론,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각 국가별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는 최근의 환율 상황을 악재로 인식하고 있다.

통상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점을 갖게 되지만 다른 국가들의 환율 변동까지 감안하면 전체 손익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신흥국 통화 약세로 타격…수입차도 차값 상승 악재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미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기축통화인 달러 결제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중나미, 러시아, 인도, 중동 등 신흥국 통화”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흥국에서는 해당 국가의 화폐로 거래하는 데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우리에게는 불리하다”면서 “1분기에도 엔고와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떨어져 피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 급격한 환율 변동을 촉발시키는 불안 요인들이 상존해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불안하면 시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해외 본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한국에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들에게도 원·달러 환율 상승은 악재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판매가격과 현지 구매가격 사이에서 남는 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판매가격을 수시로 조정하기 힘든 만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최근 들어 본사로부터 완성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관계로 수입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압박을 받는다.

◆가전, 신흥국 구매력 약화 부정요인…반도체 영향 제한적

전자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TV와 가전 등이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만큼 환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과거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이 일본 등 선진국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구매력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이들 국가에서 구매력 하락은 국내 가전업체들의 현지 판매 감소로 인한 해외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다만 전자업체들의 생산기지들은 주로 해외에 있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판매로 인한 매출과 구매로 인한 지출을 모두 현지 통화로 일치시켜 환율 변동의 영향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의 경우 공장이 해외별로 있고 그 지역에 맞게 결제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원·달러 환율 영향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일괄로 수출하는 시스템과 달라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삼성전자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삼성전자

대표적 수출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다. 부품 산업의 경우 대부분 달러 기반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도체 제품 판매로 인해 원화 기준 금액이 증가할 수 있지만 원자재나 재료 비용도 같이 늘어나 유불리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반도체는 시황과 수요가 환율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으로 특히 국내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 헤지를 하는데다 부품은 환율 영향이 완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며 “산업 전반의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수요 발굴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787-9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 리스료·연료비 부담으로 타격 심각…수익성 악화 불가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가 항공업종이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리스를 위한 결제 통화가 달러 기반으로 이뤄져 부채 중 달러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대형항공사(FSC)보다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로서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항공유도 결제통화가 달러여서 환율 상승은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사간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유가에 이어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이중고를 맞게 됐다”면서 “기본적으로 파생상품을 통환 환헤지를 하지만 변동폭이 커지면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SK이노베이션

◆정유·화학·철강, 원료수입-제품수출 영향 상쇄

원자재 분야는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에 따른 영향이 상쇄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이 크지는 않지만 원화가치 하락이 실적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하는 기업인 동시에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원유 수입물량이 석유제품 수출물량 보다 많아 영업이익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회사는 수입기업이자 수출기업이므로, 환율 상승에 따른 악영향을 수출이 상쇄할 수 있다”며 “하지만 원유수입액이 석유제품수출액보다 많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의 경우 환율상승이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지만, 환차손이 발생해 전체 순이익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이다. 환율 상승에 따라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지만, 수출이 이를 상쇄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면 원재료 구입비용이 상승하지만, 오히려 매출 부문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더 크다”면서도 “회계상 환차손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환율 상승에 따라 원자재 가격 부담과 수출 경쟁력이 올라가는 장단점이 예상되는 만큼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달러 강세(환율 상승)시 원료 수입 가격 상승이 부정적이지만 수출 경쟁력 증가로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야드 전경.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야드 전경. ⓒ현대중공업

◆조선·해운, 원화가치 하락 오히려 호재

조선업계도 수출이 대부분인 업종 특성상 환헤지 계약을 적용하고 있어 환율 등락에 따른 영향이 작은 편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크게 달라지더라도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헤지로 기존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작으며, 오히려 신규수주 시 지금 같은 환율 상황에선 수익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원자재 가격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이 상충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원화가치 하락이 오히려 긍정 요인이다. 운임을 달러로 받는 만큼 환율 상승시 영업이익과 외화환산이익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2018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기준 환율이 10% 오르면 494억54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들의 물동량이 늘어날 경우, 더욱 긍정적일 것으로 봤다.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달러 강세에 따른 용선료 상승 부담이 있지만 대부분은 금액이 고정된 장기계약으로 큰 영향이 없고, 일부 스팟 계약에만 영향을 줘 손실 규모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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