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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⑧] 홍정욱 향한 주기적 조명…권력의지 섰느냐가 관건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8.02 00:00 수정 2020.08.01 21:21

'꿈틀' 하는 70년생 경제인…'11월 복당설' 주목

서울시장 보선, 2022년 대선 앞두고 관심 집중

"18대 시절 현실정치 회의감 극복했는지 봐야"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홍정욱 전 의원이 한미 FTA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던 2011년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김성곤 민주당 전 의원과 함께 각 당이 일방적 처리 및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살리자'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낭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홍정욱 전 의원이 한미 FTA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던 2011년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김성곤 민주당 전 의원과 함께 각 당이 일방적 처리 및 물리적 저지에 나서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의회민주주의를 살리자'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낭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수립된 이후로 홍정욱 전 의원이 주기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0년대생 가운데 경제를 공부한 이가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고 했다. 이 말을 접한 통합당 안팎에서 홍정욱 전 의원을 떠올린 이들이 많다. 홍 전 의원은 1970년생 경영인으로, 현실경제를 잘 아는 인물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이 "당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며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했을 때도 홍정욱 전 의원이 거명됐다. "대선이 2022년 3월인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년 반 전인 11월에는 대통령 후보로 자신을 선보여야 한다"는 말은 '홍정욱 11월 복당설'로 변모해 통합당 안팎에 회자되고 있다.


홍정욱 전 의원을 향한 기대감은 비단 지금 시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 궤멸로 새로운 보수 인물을 물색하는 분위기 속에서 홍 전 의원은 선거 때마다 주목을 받아왔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기대감이 극에 달했던 적이 있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던 홍 전 의원조차 페이스북에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역량과 지혜가 여전히 모자라다"고 직접 밝혀야할 지경이었다.


홍 전 의원이 지난해 중흥그룹에 헤럴드미디어그룹을 매각하면서 언론사 경영에서 손을 뗐을 때, 많은 이들이 정치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바라봤다.


그런 것 치고는 올해 총선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갔다. 이와 관련, 홍 전 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해봤던 복수의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은 "의원 시절부터 의정활동, 특히 지역구 의정활동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행정가가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총선 출마 여부가 생각보다 큰 주목을 끌지 않았던 점도 이해될 수 있다. 홍 전 의원이 행정가가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주목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욱 전 의원은 중학생 시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동경해, 케네디가 나온 미국 초우트 로즈마리 홀 사립고등학교로의 유학을 단행했다. 조기 유학의 이유가 '케네디 동경'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의 꿈, 이른바 '권력의지'는 있었다는 뜻이 된다.


1917년생인 케네디는 만 35세였던 1952년 메사추세츠 연방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중앙정계에 본격 데뷔했다. 1970년생인 홍정욱 전 의원은 만 38세였던 2008년 서울 노원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출발 자체는 케네디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케네디가 지속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며 만 43세였던 19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는 달리, 홍 전 의원은 18대로 의정활동을 마치고 오랜 정치 공백기에 돌입했다. 50세가 된 지금 시점에 이르러서는 케네디와는 상당한 진도 차이가 나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정욱 (전) 의원이 18대 (국회) 시절, 현실정치에 대한 회의와 환멸이 상당히 심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현실정치 복귀 여부는 결국 공백기 동안 권력의지가 얼마나 회복됐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치에의 확고한 의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가치
경영인으로도 성과 보여…현실경제 이해도가 강점
'딸 문제' 큰 문제 안될 것…오히려 핵심은 권력의지


홍정욱 전 의원이 지난 2011년 12월 여의도 한나라당사 기자실에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정욱 전 의원이 지난 2011년 12월 여의도 한나라당사 기자실에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으로서 홍정욱 전 의원의 강점은 △협치(協治)에의 확고한 의지 △현실경제에 관한 이해도 등이 꼽힌다.


홍정욱 전 의원은 한미FTA와 미디어법 등으로 내내 소란스러웠던 18대 국회 당시부터 각종 쟁점 현안을 몸싸움 등으로 강행 처리해서는 안 되며, 여야 합의로 풀어가야 한다는 철학이 분명했다. 당시에는 없던 단어였지만 '협치'에 대한 소신이 확고했던 셈이다.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홍 전 의원의 생각은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극을 향해 치닫는 상황 속에서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2022년 대선에서 보수가 정권을 탈환해오더라도, 국회에는 176석의 진보좌파 거대 야당이 버티게 되는 상황"이라며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정이 파탄을 맞는 구도에서 '협치냐, 독주냐'가 관건이 될 2022년 대선에 홍정욱 (전) 의원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정욱 전 의원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나온 뒤, 미국에서 기업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적도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해보기도 했다. 귀국한 뒤에 내외경제신문을 인수해 헤럴드경제로 제호를 변경하고 흑자전환을 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친환경 기업 올가니카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홍정욱 (전) 의원은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기업경영을 경험하고 일정한 성과도 냈던 사람"이라며 "자기가 번 돈으로 누구 월급 줘본 적 없는 586·운동권들이 경제를 망쳐놓는 현실 속에서 경영인 출신으로 현실경제 이해도가 높은 홍 의원의 경력은 2022년 대선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정치인으로서 홍 전 의원의 약점은 불분명한 권력의지가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세간에서 잠재적 약점으로 흔히 거론하는 '딸 문제'는 정치인 본인의 권력의지만 확고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역대 대선 과정과 우리 정당사에서 증명된 내용"이라고 단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인 권모 씨는 일제시대 때 면서기를 지내다가 해방이 되자 남로당에 입당해 6·25 때는 군당(郡黨) 부위원장·반동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양민학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권 씨는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은 이른바 비전향장기수이기도 하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이 점이 문제가 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렇다면 아내를 내가 버려야 하느냐"라며 "그런 아내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차라리 대통령 후보를 그만 두겠다"고 해 여론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기간 동안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부정채용 논란을 겪었다. 이력서 사진 논란과 응시원서 날짜 변조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아들 문제'와 관련해 지지층이 동요를 보이지 않으면서 큰 문제 없이 청와대로 입성했다.


가족 문제에서 아픔이 있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서 파낼 수도 없는 일이다. 홍 전 의원도 이미 "모든 것이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불찰"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아이가 다시는 이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꾸짖고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시절에 방황을 겪는 딸을 내치고 버리는 것이 부모의 도리도 아닌 만큼, 이 지점에 정치공세가 계속된다면 본인의 대응 여하에 따라 동정 여론으로 반전될 여지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공세를 '강철멘탈'로 이겨나갈 권력의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대선 같은 '큰 판'에 나선다면 딸을 향한 집요한 공격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인생 전체와 친가·외가·처가 등 삼족(三族) 및 배우자까지 탈탈 털리듯 공격받게 된다. 이러한 것을 모두 감내하면서 돌파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보수 진영의 좌파 후보를 향한 검증 강도와 좌파 진영의 보수 후보를 향한 공격 강도의 차이는 상상 이상이다.


좌파 진영이 이미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한 극렬한 반감을 표출했던 사례도 있다. 이른바 MBC PD수첩의 '광우병 허위보도 논란' 재판 당시 김모 작가의 이메일이 공개된 적이 있다.


PD수첩이 촉발한 대혼란으로 서울 도심이 계속해서 소란스럽던 당시 김모 PD가 김 작가에게 "현장에 나와보니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이느냐"라며 "이제 만족하느냐"라고 묻자, 김 작가는 "아니, 만족 못해. 홍정욱을 못 죽였잖아"라며 "(홍 의원을)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답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러한 노골적 악의는 보수우파 진영과 진보좌파 진영 사이에서의 대회전(大會戰)으로 전개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홍 전 의원이 '역할'을 맡겠다고 각오하는 순간 언제든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홍 전 의원이 이러한 악의 속을 찔리고 긁혀가며 돌파해나갈 의지가 섰는지를 향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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