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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정비사업 입찰 '강공 드라이브'…중견사 맞불 경쟁 불사

권이상 기자
입력 2019.03.20 06:00
수정 2019.03.20 06:05

대형사들 중견사 텃밭 수도권과 지방, 대소규모 가리지 않고 입찰

중견사 막판 사업의향 참여로, 대형사 시공권 빼앗기도

대형사들 중견사 텃밭 수도권과 지방, 대소규모 가리지 않고 입찰
중견사 막판 사업의향 참여로, 대형사 시공권 빼앗기도


정비사업 시장에 오랜만에 대형사와 중견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게티이미뱅크

봄을 앞두고 대형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사업수주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초부터 빠져 있는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으로 자리잡은 수도권과 지방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의 시공권을 확보를 위해 대기업들이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사들이 수주에 유리했지만, 최근들어 저렴한 공사비와 특화설계 등을 장착한 중견사도 수주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또 대형사들이 수주해도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심해져 딱히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는 등 이득이 없어 알짜 중견사에게 시공권을 맡겨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장에 오랜만에 대형사와 중견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이다. 이곳에는 현재 중견사인 반도건설과 현대건설, 한화건설, STX건설이 입찰하며 4파전을 예고한 상태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의 4파전은 보기 드문 케이스다. 일반적으로 대형사 입찰이 예고되면 중견사들이 입찰에서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견사들이 알짜 사업지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 참여 대형사와 입찰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등촌1구역은 지난 2009년 11월 26일 조합설립인가, 2013년 1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대림산업, 반도건설, 쌍용건설 등을 시공자로 선정했지만, 사업성 문제 및 시공자 선정 무효 등으로 본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이번 시공자 입찰 과정에서 부실업체 차단 및 사업 참여의지가 높은 건설사를 선별하기 위해 입찰보증금 15억원 중 현금 1억원을 현장설명회 전 납부토록 했다.

입찰 결과 반도건설이 재도전에 나섰고, 현대건설과 한화건설, STX건설 3개사가 새롭게 도전장을 제출하면서 다시 한 번 사업 추진에 고삐를 당기게 됐다.

조합은 입찰이 성사됨에 따라 추후 이사회를 거쳐 제1차 합동홍보설명회와 시공사 선정총회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조합은 오는 21일 각 건설사들이 제시한 입찰 비교표를 조합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 역시 시공권을 두고 대형사 SK건설과 중견사 계룡건설산업이 입찰을 저울질하던 곳이다.

지난 1차 입찰 마감에는 SK건설만 입찰해 유찰됐지만, 두 번째 입찰에는 지역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이 도전장 제출을 예고하면서 수주 결과가 예측불가로 흘러갔다.

그러나 지난 19일 마감된 두번째 입찰에도 SK건설만 입찰에 참여해 이 구역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건설 관계자는 “브랜드 프리미엄과 함께 지난 2015년 대전 동구 신흥3구역 재개발 수주 실적 등을 앞세워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대전지역 지역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은 지역업체 인센티브를 적용받아 일반분양 가구수를 더 늘릴 수 있는 입점이 있지만, 대형사 입찰 부담감 때문인지 결국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9위의 SK건설이 주택 브랜드 프리미엄이 높아 18위 계룡건설산업보다 시공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대형사 수주가 확실하던 서울 재건축 사업지에 중견사가 입찰 막판에 참여해 시공권을 따낸 케이스도 나왔다.

(주)삼호는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거머쥐며 올해 첫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 사업지는 올 초만 하더라도 두 번에 걸친 시공사 입찰에 연이어 한화건설이 단독 응찰하며 유력한 시공사로 떠올랐다. 조합은 입찰이 두 번 연속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직접 선정하기로 했다.

삼호가 지난달 말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했고, 조합은 대의원회를 개최해 삼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호는 지난 16일 개최된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조합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중견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잠잠하던 대기업들이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 대규모와 소규모 사업을 가리지 않고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며 “최종 입찰 마감까지 참여 결과를 알 수 없어 예전에는 대형사와 경쟁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대형사의 입찰 여부와 상관 없이 적극적으로 입찰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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