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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사자후-4] 연이은 의사 사망사고, 환자·의사 신뢰회복과 제도개선에 나설 때

  • [데일리안] 입력 2019.02.21 08:00
  • 수정 2019.02.20 21:10
  • 데스크 (desk@dailian.co.kr)

[난세의 사자후 시리즈-4] 환자 칼에 찔린 의사 사망과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응급실 의사가 처한 열악한 의료환경

2018년 조사에서 의사의 80%가 폭력이나 피로 누적의 ‘번아웃증후군’ 경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적, 법적, 사회적 개선방안 마련해야

[난세의 사자후 시리즈-4] 환자 칼에 찔린 의사 사망과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응급실 의사가 처한 열악한 의료환경
2018년 조사에서 의사의 80%가 폭력이나 피로 누적의 ‘번아웃증후군’ 경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적, 법적, 사회적 개선방안 마련해야


ⓒ데일리안 DBⓒ데일리안 DB

희망과 기대로 열어야 하는 2019년의 새해에 무척 놀랍고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칼에 찔려 고인이 되신 정신과 의사인 교수님, 당직실과 연구실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젊은 의사와 유능한 응급의학과 의사의 소식을 접하고 같은 의료인으로 고인이 되신 분들이 안타깝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일련의 사태 후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2018년 의료환경조사에서 의사의 80%는 폭력이나 피로 누적으로 모든 일에 무기력해지는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의 건강은 의료서비스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방치했다가는 의료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번아웃과 관련된 의사들의 이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70억달러(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하고, 행정 업무 감소, 근로시간 단축 등 시스템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폭력 시 처벌 강화, 준법진료 선언 등 의사협회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로 극단적 사건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지목한 병원폭력 발생원인으로는 음주상태(65%), 환자의 악화 또는 사망시 화풀이(44%), 치료결과나 진료비 불만(43%) 순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의사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의사’는 한국의 슈바이처인 장기려 박사나 이태석 신부와 같은 ‘이상적인 의사’이다. 만약 대부부분의 의사들이 자기 자신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나쁜 의사로 매도 되기 쉽다.

지금까지 제시된 진료실 폭력의 해결방안으로는 의사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의사와 환자의 만족스러운 관계 형성, 따뜻하고 공감을 통한 의사소통만을 강조해 진료실 폭력을 모두 의료인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과 짧은 상담시간, 의사와 환자 간의 저조한 의사소통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은 오히려 빈약한 정부 투자에서 찾을 수 있고, 여기에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드라마에서 조장하는 의사의 멱살잡이 장면으로 인해 일반인의 의사와 병원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하여 신속하게 신고 및 대응이 가능하도록 환자-직원, 직원 간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을 위한 매뉴얼을 갖추고, 정기적인 예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안전관리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의료시설에서의 폭력을 주(州)정부 차원에서 대응하여 왔으나, 최근 의료진에 대한 폭력문제의 심각성이 전국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연방차원에서 의료시설 내 폭력예방을 위한 「보건의료 직장 폭력 예방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에는 직장폭력 위험 요소를 정의하고 모니터링하며, 위험 요소 제거를 위한 적절한 인력의 배치와 경보, 비상대응 시스템의 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법안발의가 예상되는데, 환영해야 마땅한 의료기관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눈치다. 폭력예방을 위한 조치를 미국처럼 의료기관에 의무로 하면서 재정부담은 모든 병원이 알아서 하는 구조가 될 것을 염려해서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의료보장제도, 의료비 지불제도를 비롯하여 의료환경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목적 달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보다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의사들의 과로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들 사이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인턴에게 시킨다”라고 한다.

최근에는 강도 높은 근무, 불안한 생활 패턴,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의료사고 위험과 의료분쟁 가능성 등으로 인한 기피과로 전공의 충원이 어려운 외과계열 의사의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증가를 해결책으로 흔히 제시한다. 전문의 1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상당히 많이 소요됨을 짐작할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시 의대 입학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의 증가 역시 예상가능한 일이며, 이로 인해 다수 젊은이들의 기회비용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인재가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 국가·사회적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의사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의사의 절대수 보다 종별, 지역별, 진료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적절한 정책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진료과목 전문의 수급은 개별 학회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전문의 양성에 필요한 교육·수련 비용은 국가가 제공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결국 환자가 행복해야 의사가 행복하며,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또 전문직업인으로서 의사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으며, 아주 예외적인 특수한 사례를 바탕으로 의사의 헌신과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의료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의사와 정부도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의 전문성에 적합한 역할과 제도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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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정하 중앙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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