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급한데…재계 반발 어쩌나
입력 2018.12.18 15:38
수정 2018.12.18 15:51
구의역 사고 2년 됐지만 관련 법 ‘낮잠’
재계 “정치권 책임 떠넘긴다” 반발 극심
구의역 사고 2년 됐지만 관련 법 ‘낮잠’
재계 “정치권 책임 떠넘긴다” 반발 극심
“정치권이 기업의 외주화 방침의 근본적인 취지를 알고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여당이 태안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후 일명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의 입법을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워낙 극심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재계와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과 관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패키지로 발의했다. 여기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이는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노동 현안에 밀려 현재까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최근 김 씨의 사망 사고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에 책임을 묻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안타까운 죽음에 내몰리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한다 하더라도 재계의 반발로 추진의 동력이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현재까지 해당 법안들이 계류돼 있던 건 재계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정치권과 노동계의 입장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8일 CPBC 라디오에서 “경영계에서는 도급 금지는 계약 체결 자유를 제약한다고 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재계 "위험의 외주화 아닌 업무의 전문화" 반박
현재 재계는 ‘위험의 외주화’가 아닌 ‘업무의 전문화’라고 반박한다. 정부·여당이 각종 사고의 부각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책임을 재계에 돌리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 시행될 경우 원청에 과도한 책임을 묻게 돼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다들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는데, 우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전문가한테 맡긴다는 개념이 더 옳다”며 “위험한 업무라서 외주화하는 것이라는 정치권의 논리는 단편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 위탁을 해서 전문기관에 맡겼기 때문에 엄밀하게 감시하고, 그들이 프라이드를 갖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며 “‘외주’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식이 있어 양질이 아닌 나쁜 일자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전문성 있는 전문가들한테 맡기는 것을 왜곡해서 규제하는 건 근본적인 취지를 알고나 법 개정을 한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사고가 부각되다보니 이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돌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대기업은 직접 고용하면 그만이지만, 중견기업은 고용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클 것이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여당은 19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개최,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2년 간 낮잠 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이해 당사자인 재계와의 소통도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