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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송강호 "'마약왕', 송강호의 새로운 얼굴 담겼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18.12.18 09:40
수정 2018.12.23 13:25

'마약왕'서 마약계 대부 이두삼 역

"인물 일대기 연기한 적은 처음"

배우 송강호는 영화 '마약왕'에서 이두삼 역을 맡았다.ⓒ쇼박스

'마약왕'서 마약계 대부 이두삼 역
"인물 일대기 연기한 적은 처음"


'소시민'을 대표하던 송강호(51)가 '마약왕'으로 돌아왔다.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1970년대 근본도 없는 한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송강호는 주인공 이두삼 역을 맡았다.

그간 소시민적인 모습을 주로 선보인 그는 평범한 이두삼이 마약에 빠져 변화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액션, 환각, 복합적인 감정 등을 모두 소화한 그다.

17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마약'이라는 소재 자체가 거부감이 들고, 제목 역시 직설적이고 세서 걱정했다"며 "제작진 쪽에서 오히려 솔직하게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더라"고 밝혔다.

그간 선량하고 정의를 살았던 인물을 연기한 그는 "10년간 소시민적인 모습, 사회 정의를 외치는 면모가 있는 인물을 맡아와서 '마약왕' 시나리오가 반가웠다"고 고백했다. "15년 전에서 20여년 전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두삼이 마약에 빠져서 미쳐가는 후반부 장면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죠. 그동안 볼 수 있었던 송강호의 모습과 새로운 송강호의 얼굴이 담겼답니다."

마약에 취한 모습, 비뚤어진 욕망 등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배우는 참 어려운 직업이라고도 느꼈다. 영상 자료가 없었던 터라 모든 상상력을 동원했다.

배우는 이두삼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처음에는 마약을 돈벌이로 생각했다가 마약에 빠져서 몰락하게 됩니다. '마약왕'은 마약이라는 소재보다는 이두삼의 삶을 통해 욕망과 권력에 빠진 인간의 악한 본성을 모습을 보여주죠. 엄청나게 똑똑하진 않지만 기술과 사업 수완이 있는 인물이에요. 이두삼은 불쌍하고 나쁜 사람입니다. 절대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영화 '마약왕'에서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인물의 일대기를 연기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쇼박스

영화는 이두삼을 통해 1970년대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열 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팔자 고친다'는 한탕주의와 '일본에 마약을 수출해서 중독자를 양산하는 건 애국'이라는 반일 감정이 더해져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는 마약 범죄자들이 애국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였다.

배우는 "부모가 잘살아야 자식도 잘사는 시대여서 이두삼도 그런 생각을 하며 마약업을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어떤 시대를 비판하려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고 역동적이고 아이러니한 시대상을 담으려고 한 작품"이라고 짚었다.

이두삼은 마약업이 잘 되면서 점점 마약에 빠지게 된다. 주변의 경고에도 제어하지 못하는 욕망에 휘말려 버린다. 돈이 주는 권력에 맛을 들이고, 강렬한 맛에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강호는 이두삼이 변해가는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이런 모습을 연기한 게 처음이라는 그는 "이두삼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연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영화 속 배경인 1970년대를 언급하자 그는 "난 청정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잘 몰랐다"고 웃은 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사건을 알게 됐다"고 했다.

영화엔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온다. 송강호는 조정석의 말을 빌려 "'마약왕'은 만화 같은 작품"이라고 미소 지었다.

우 감독과 호흡을 묻자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하고 촬영은 짧게 끝나는 스타일"이라며 "우 감독은 호탕하면서 섬세한 성격이라 나와 잘 맞는다"고 전했다.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조우진, 이희준과 호흡한 그는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다 보면 자극도 되고 짜릿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영화 '마약왕'에서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는 "오랜만에 소시민적인 역할을 벗어나 좋았다"고 했다.ⓒ쇼박스

'마약왕'의 엔딩에 대해선 "기본적인 엔딩의 틀을 깬 형식"이라며 "이두삼의 묘한 표정은 '마약'이라는 사회악이 과연 완전히 끝나는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마약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회악이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마약 근절'을 대놓고 외치는 작품은 아닙니다."

송강호는 '변호인'(2013), '사도'(2015), '밀정'(2016), '택시운전사'(2017)에 이어 또 역사와 시대 속 인물을 연기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이나 의식은 전혀 없어요. 가장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시각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정확한 가치관이나 철학이 확고
하면 끌리게 됩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는 용기가 필요하고요."

'국내 최초 1억 관객 배우'인 송강호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마약이라는 소재가 흥행에는 약점으로 꼽힐 수 있다"며 "영화가 담긴 이야기는 대중 영화로는 매력적"이라고 했다.

송강호는 후배들이 '꿈' 같이 바라보는 선배로 꼽힌다.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따라온다. 선배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배우는 "연기 자체가 소박한 꿈"이라고 했다. "연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을 뿐이다. 관객들과 소통이 잘 될 때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마약왕'은 '스윙키즈', 'PMC: 더 벙커'와 맞붙는다. 최근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들끼리 경쟁이 치열한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는 수많은 사람들 덕에 이뤄낸 결과예요. 신선한 작품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눈앞의 작은 결과보다는 멀리 보는 게 중요하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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