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 피해 보상, ‘원칙’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입력 2018.12.05 06:00
수정 2018.12.05 06:11
4Q 영업익 16% 보상비로, 5G 대규모 투자 ‘빨간불’
2차 보상액 수백억 달할 듯...비용 부담, 이용자 간접적 전가
4Q 영업익 16% 보상비로, 5G 대규모 투자 ‘빨간불’
2차 보상액 수백억 달할 듯...비용 부담, 이용자 간접적 전가
KT가 2차 피해에 따른 보상을 놓고 고심중이다. 황창규 KT회장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방안 마련을 약속했으나 보상범위, 수준, 방식 등이 관건이다.
2차 보상안 발표가 늦어지자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의 피해 보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론몰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잘못에 따른 책임은 당연하지만 법적 테두리를 넘는 보상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결국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관으로 불충분” 전례없는 2차 피해 보상
KT는 지난달 25일 유무선 가입자에 대해서는 1개월치 이용료를 감면하겠다는 방안을 보상책으로 내놓았다. KT약관상에는 고객이 3시간 이상 연속 서비스를 받지 못할시 기본료와 부가 사용료의 최대 6배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실제 화재로 인한 유무선 가입자의 피해 일수는 2~3일치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라는 분위기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 4월 3시간 이하의 무선 서비스 장애에 월정액의 이틀치를 보상하는 방안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쟁점은 서울 일부 지역 식당, 상가, 유통점에서 일어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안이다. 현재 KT는 지난 3일 기준으로 무선 회선과 광케이블 기반 인터넷, 유선은 99% 복구했으나 동케이블에 기반한 회선은 복구율이 60% 수준으로 복구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동케이블과 연결된 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부 소상공인들이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KT는 동케이블 복구 지연으로 지난달 29일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이용고객에게 3개월 이용 요금을 감면하고, 일반전화(PSTN) 이용자에게는 6개월 이용 요금을 감면하는 추가 방안을 내놓았으나, 소상공인연합회 등 일부 자영업자들은 요금감면으로는 미흡하다고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영업 피해에 따른 2차 피해 보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KT측은 2차 피해 보상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통신업계는 유무선 서비스 장애로 인한 2차 피해 보상은 하지 않았다. 2차 피해 보상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2차 피해를 입은 대상자를 해당 지역 17만명의 소상공인을 어디까지로 규정할지, 보상액 산정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도 문제다.
◆ 비용 부담 몫은?...“법적 기준 흔들려선 안 돼”
2차 피해 보상까지 거론되며 KT의 4분기 실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1차 피해보상안만으로 약 317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금액은 피해 지역 내 KT 각 서비스 가입자에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곱한 가격이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1971억원의 16.1% 수준이다. 여기에 2차 피해 보상까지 포함되면 총 보상액수는 수백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조원 안팎의 비용이 예상되는 5G 망구축을 앞두고 KT는 진퇴양난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협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CEO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선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2차 피해에 대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다만 17만명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만족스러운’ 보상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통신은 공공재인만큼 아현지사를 D등급으로 분류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계에서는 법에 근거한 보상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피해자들의 심정에는 공감하지만 해외와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배상을 요구한다면, 되려 기업 경영 활동 위축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KT가 이번 화재 보상금에 따른 손실은 결국 비용을 줄여 장기적으로 이를 메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등을 줄이는 등 간접적으로 이용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고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다면 다른 산업군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슷한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산업적인 관점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상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KT측은 “자영업자의 보상 문제에 대해 단기간에 빠르고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만들고 더 나은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