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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세안 정상외교 시동…'고래싸움에 살아나려면...'

이배운 기자
입력 2018.11.13 03:00
수정 2018.11.13 08:10

13∼18일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방문…'신남방정책' 잰걸음

한국 외교지평 전방위 확대 필요…강대국 국제질서 재편압력 대항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13∼18일 싱가포르·파푸아뉴기니 방문…'신남방정책' 잰걸음
한국 외교지평 전방위 확대 필요…강대국 국제질서 재편압력 대항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 출국한다.

미중 패권대결 과열로 인한 경제·안보 부분의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통상의 다양성을 넓혀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순방길에 오르게 됐다.

지난 5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계획 발표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와 미국의 잇따른 맞대응으로 좀처럼 진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일 진행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도 미국의 대중 강경 기류는 유지되거나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척이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공화·민주 양당이 뜻을 같이하고 미국 내 여론도 이에 호응하는 탓이다.

특히 무역전쟁 자체는 진정이 가능해도 ‘미래 패권 경쟁’이라는 근본적인 갈등 원인은 근시일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미중 갈등은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군사적 갈등으로까지 번지려는 기색이다.

이처럼 미중 패권대결이 격화될수록 한반도는 자신의 영향권에 속하라는 양측의 강한 압박과 그에 따른 피해를 입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한국은 주한미군 사드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강력한 경제보복 사례를 겪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딜레마의 해법으로 ‘신남방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아세안과 인도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해 북방외교에 치우쳐 있던 한국 외교의 지평을 전방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APEC) 등 참석을 계기로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베트남 방문과 7월 인도·싱가포르 방문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신남방정책 이행 단계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일리안

전문가들은 한국과 아세안이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의존적이면서도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에 묶여있는 공통된 처지임을 주목한다.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세력끼리 단합해 강대국의 교차압력에 대항하고 전략적 행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은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질서가 재편기에 접어들면서 강대국이 주변국들을 자국 영향권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은 한국판 중장기 생존·번영 전략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송은희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신남방 정책은 미중 갈등구도에 대응한 새로운 협력구도 창출 및 역내 소다자 협력을 제도화 할 수 있다”며 “그동안 미·중·일·러 4강에 치우쳤던 외교 노선의 다변화 전략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상상력과 역동성을 배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 남북·한미·한중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져버리고 후속적인 외교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북한 관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아세안에 일방적으로 우리 입장에 대한 지지만을 요청했고, 아세안의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곤 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은 북한 문제 외에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 인식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무엇을 궁극적으로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비전 없이 임시적이고 단편적인 접근만 취했다”며 “이에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에 대해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부차적인 국가로 인식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 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는 “아세안과 인도를 싸구려 관광지역, 값싼 노동자들이 있는 나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은 한국 내 이들 거주인에 대한 차별적 선입견을 버리고 평등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지난 수십년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의 마음을 사지 못했고, 중국도 힘을 배경으로 한 일방적 협력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들과 공존한다는 자세로 노력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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