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수주과열? '옛말'…강남도 줄줄이 입찰 불발
입력 2018.11.12 06:00
수정 2018.11.12 06:01
대치구마을3지구 입찰사 부족으로 입찰 불말, 수도권에서도 유찰사례 늘어
대형사들은 기확보된 사업지에 총력, 중견사들은 출혈경쟁 피하고 있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분위기가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과열양상을 보였는데, 최근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들이 줄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마저 경쟁입찰 구도가 형성되지 않아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자신하던 조합들은 사업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0년전 금융위기 때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12일 도시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있고, 지난해 수주잔고를 넉넉하게 채운 대형사들이 적극적으로 시공권에 확보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일 입찰을 마감한 서울 강남구 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는 롯데건설만이 응찰해 자동유찰됐다.
이곳은 지난 9월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 당시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GS건설, 대우건설, 금강주택, 한양, 반도건설 등 메이저 대형사들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강남권에서의 마지막 물량으로 성황을 예고했었는데, 실상은 정반대 모습이었다.
해당 조합은 현재 시공자 선정입찰 재공고를 낸 상태로, 오는 15일 두 번째 시공사 현설을 열고, 다음달 31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내년 3월께 이주를 시장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지연이 생길 수도 있다”며 “만약 3번째 입찰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입찰이 불발된 것은 드문일이다. 지난해의 경우 조합이 원하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조건을 까다롭게 해 고의유찰을 유도한 사례는 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서울 천호3구역 재개발 조합이 마감한 시공사 입찰에는 대림산업만 도전장을 내밀어 유찰됐다. 이미 올해 천호4구역, 봉천4-1-2구역, 노량진2구역도 역시 입찰사 부족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수도권에서는 평택 합정주공835 일대 재건축과 과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평택 합정주공835번지 일대 재건축은 대림산업·삼호 컨소시엄만이 출사표를 던졌고, 과천 주암장군 마을 재개발은 현대건설만 참여해 입찰 참여 건설사 부족으로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라면 올해 시공사 선정을 예정했던 사업지들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일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분위기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정비사업이 얼어붙으면 시장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물량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건설사들이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량확보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신규수주보다 기확보된 사업지의 원활한 일정 진행에 힘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