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가로막힌 북일관계…'가깝고도 먼 그대여'
입력 2018.10.26 09:30
수정 2018.10.26 10:46
아베 “납북자 문제 조기해결 추진”…관계 개선 조건 너무 높아
일본 주도 ‘북한 인권결의안’ 작성…北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잇따라 내비추고 있다.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계기로 가망이 없어보였던 북일 간 국교정상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그러나 ‘인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 시일 내 북일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개회한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나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상호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일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아베총리는 지난 12일 강연회에서 "북한과 상호불신을 깨고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고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조기 해결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를 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갈 용의를 밝혔다"고 소개했고,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9일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관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부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고 보도해 회담 성사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 되고 있다. 현재 일본과 유럽연합은 새로운 인권결의안을 공동 작성해 채택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유엔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대화와 평화로 확고히 돌아선 현시점에서도 케케묵은 인권소동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라며 "인권문제를 구실로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고 대화·평화 흐름에 장애를 조성하려는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납북자 문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앞세운 것은 북일 관계 개선의 허들을 너무 높게 설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납북자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며, 일본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체제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인식하는 상황이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교수는 "아베 총리는 정치적 리스크가 높은 당장의 북일 정상회담보다는 3선에 성공한 시점에서 자신의 숙원과제인 일본 헌법 개정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만약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다"고 관측했다.
민 교수는 이어 "다행히 납치 문제는 미일 간 협상에 패키지로 포함돼 있고 미국도 납치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살피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