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그룹 투자 등에 업고 광폭 행보
입력 2018.10.24 07:00
수정 2018.10.24 08:49
생산설비 신·증설로 규모의 경제 실현...원료 다변화로 원가경쟁력 확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속 M&A도 적극 모색할 전망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속 M&A도 적극 모색할 전망
롯데그룹이 향후 5년간 5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그룹의 주력 캐시카우로 떠오른 롯데케미칼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2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향후 5년간 50조원 투자 중 40%(20조원)을 화학·건설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롯데케미칼에 그룹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향후 성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국내외에서 설비 신·증설을 통해 규모 키우기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셰일가스 등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가 병행된다. 이와함께 스페셜티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신규사업 개발 및 인수합병(M&A) 등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여수·울산·대전 지역에 지속적인 설비투자 단행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 향상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울산 공장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고순도이소프탈산(PIA·Purified Isophthalic Acid) 생산설비를 기존 약 46만톤인 생산설비 규모를 약 84만톤으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PIA는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7곳의 업체만이 생산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도 세계 1위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2배 가량 늘려 위상을 더욱 공고히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납사크래킹센터)에 대한 20만톤 증설 투자를 진행중으로 연말까지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210만톤에서 230만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와함께 지난 5월에는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에 2조7000억원을 공동투자하는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콤플렉스(HPC) 사업도 진행 중이다. HPC는 원유을 정제한 뒤 남은 잔사유를 활용해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다.
해외 투자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투자 계획에서는 그동안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도네시아 반텐주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 인수한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이 인도네이사 반텐주 찔레곤에 NCC를 비롯한 대규모 설비를 건설하는 것이다. 약 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였지만 그동안 정체돼 오다 이번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로 재추진동력이 생긴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3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과 65만톤의 폴리에틸렌(PE)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분해시설(ECC)도 건설이 한창 진행 중으로 오는 10월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 100만톤이 추가로 확보되면서 국내외에서 연간 450만톤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7위 업체가 되는 등 규모의 경제가 달성될 전망이다.
ECC는 석유 부산물인 납사를 이용하는 NCC와 달리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인수한 국내 유화사 및 스페셜티 분야 투자를 늘리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최근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가 롯데물산에서 롯데지주로 변경된데 이어 이번에 대규모 투자 계획이 나오면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과 화학제품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M&A 매물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6년 미국 화학기업 엑시올 인수를 검토했으나 당시 검찰수사 등의 영향으로 접은 바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호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투자가 몇 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당장 보다는 미래 실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기대감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24.4% 줄어든 5795억원으로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영향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업황과 사업환경 개선으로 인한 개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는 라이벌인 LG화학과의 1위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조3633억원으로 LG화학(1조3541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조9276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LG화학(2조9285억원)에 단 9억원 차이로 1위 자리를 다시 내준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2조544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LG화학(1조9919억원)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업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주력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며 “향후 업황개선과 투자효과가 맞물리면 연간 영업이익 3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