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초청한 김정은, 北 종교의 자유 있다? 없다?
입력 2018.10.11 03:00
수정 2018.10.11 05:59
北 성당·교회·절 있지만 신도 없어…사실상 종교 자유 없어
내년 일본 방문 예고한 교황, 자연스럽게 北 방문할 가능성도
北 성당·교회·절 있지만 신도 없어…사실상 종교 자유 없어
내년 일본 방문 예고한 교황, 자연스럽게 北 방문할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면서 사상 첫 교황 방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교에 적대적인 북한에 종교 지도자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이 같은 뜻이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교황의 북한 방문 초청을 제의했고, 김 위원장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김희중 대주교에게 한반도 평화의 의지를 전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김희중 대주교는 마지막 날 일정인 백두산 천지에서 김 위원장에게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방향을 교황청에게 알리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이 "꼭 좀 전달해달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에 공식 전달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7박9일 일정으로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덴마크 순으로 총 4개국 유럽 순방에 나선다. 이 기간 중 17일~18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의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을 방문할 경우 한반도 평화 메시지는 물론 세계가 주시하는 북한인권 등 인도적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다만, 사실상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 종교 지도자가 방문하는 것은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교황의 평양 방문이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에는 천주교 장충성당 한 곳과 기독교 교회 두 곳, 절은 10여 개 정도가 있다. 형식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상 종교가 없는 국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CBS 라디오에서 "(북한도) 형식적으로는 종교의 자유, 반종교의 자유가 다 있다. 정당 중에 천도교 청우당이라는 정당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실상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본다. 교황이 북한에 간다고 하면 북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등 북한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윤 실장은 "교황이 북한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평화 외에 종교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라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황으로서 세계가 지적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봤다.
교황은 개별 국가를 방문할 때 '평화와 선교'를 우선 기준으로 고려한다. 이에 한반도 평화 정착과 종교의 자유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히 교황이 내년 일본 방문을 희망함에 따라 지리적 조건에 맞춰 일본 방문길에 자연스럽게 북한도 함께 들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한편,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임 시절인 2000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평양에 초청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한다면 역대 교황 중 사상 최초의 북한 방문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