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주도한 퍼주기식 마케팅..."업계 전체 위기 조장"
입력 2018.10.01 06:00
수정 2018.09.30 21:03
할인 혜택 및 中 여행사 수수료 확대 등 물량공세로 영업익 99% 급감
업계 1위의 ‘도 넘은 마케팅’…중소‧중견업체, 인터넷 면세점 사실상 포기
중국 손실, 국내 고객에게서 상쇄하려 한다는 지적도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주도한 퍼주기식 마케팅이 결국 업계 전체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할인폭이 크면 클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을 유도해 국내 면세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롯데도 1년 사이 수익성이 99% 급감하는 등 출혈 경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제살 깎아먹기식 물량 공세로 영업익 1년 새 1% 수준으로 급감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면세점 총수익은 5조4539억원으로 전년도인 2016년 5조455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 3301억원 대비 99.2% 급감했다. 1년 사이 수익성이 1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적립금과 할인쿠폰 등 막대한 물량 공세를 통해 롯데면세점은 매출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장사는 잘 못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와 더불어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중을 크게 확대하면서 수익성은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여행사에 대한 수수료 지급은 롯데뿐만 아니라 국내 면세업계 전체가 해당되는 일이지만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나머지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로 수수료율을 높이면서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업계에서는 최근 롯데면세점이 중국 여행사에 제공하는 수수료율이 30% 중후반에서 최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중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민들에게 롯데그룹의 면세점과 호텔 등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로서는 중국 보따리상이나 여행사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은 급감하고 일각에서는 중국 여행사에 대한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면세점에서의 무한 적립금 마케팅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말부터 매일 적립금 3000달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국인이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3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한 할인혜택인 셈이다. 3000달러 기본 적립금과 더불어 플러스 적립금까지 더하면 최대 55%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혜택이 클수록 반가운 일이지만 업계 전체로서는 반가운 일만은 아닌 셈이다. 업계 1위의 물량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후발 주자들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국내 면세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다.
중국 여행사에 준 수수료, 국내 소비자들에게서 벌충?
업계에서는 롯데가 할인 폭이 큰 행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수익성을 꼽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과 여행사에 지급하느라 깎아먹은 수익성을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하는 내국인 소비자로부터 상쇄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면세점의 경우 내국인 이용자 비중이 높고 별도의 수수료를 지출하지 않아 중국 보따리상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한국에서 외화를 벌어 중국에 갖다 바치고 다시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이를 벌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업계 1위의 물량 공세로 인해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은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인터넷면세점 매출액 1조9411억원 가운데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 인터넷면세점 매출액이 98.0%에 달했다.
롯데에 비해 자본력이나 마케팅이 부족한 중소‧중견업체로서는 동일한 수준의 출혈경쟁을 버틸 재간이 없어 사실상 인터넷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가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면세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며 “쏟아붓기식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객이 원하는 편의성 등을 강조하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