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통쾌한 반란…최강 독일 잡고 증명
입력 2018.06.28 06:00
수정 2018.06.28 03:06
독일,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팀에 패해
반란 일으키겠다는 신태용 감독 말 적중
신태용호의 ‘통쾌한 반란’은 통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물리치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여론은 냉담했다. 주전들의 줄부상, 부진한 경기력 등이 이어지며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전에서 내리 패하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따지 못한 팀으로 전락할 뻔 했다. 하필 마지막 상대는 세계 최강 독일이었고, 16강 진출을 위해서 한국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도 16강에 오를 경우의 수는 존재했지만 대다수가 독일의 압승을 예상했다. 심지어 기성용도 부상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반란을 일으켰다. 엄청난 활동량과 강한 압박, 투지를 앞세워 주눅 들지 않고 독일과 맞섰다. 하프 라인 밑에서 단단하게 수비 블록을 세운 뒤 역습을 시도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4-4-2였지만 장현수가 수비 라인으로 내려가 5백을 형성하는 경우도 잦았다.
한국은 지난 멕시코전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타이밍에 거친 파울로 독일 공격의 리듬을 끊었다. 특히 독일의 주요 공격루트라 할 수 있는 오른쪽 풀백 요수아 킴미히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문선민이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했다. 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이 한국의 압박에 묶이며 부진했다.
수비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조현우 골키퍼는 수차례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고, 센터백으로 나선 김영권-윤영선 콤비가 호흡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일으키지 않았다.
다급해진 독일은 후반 13분 사미 케디라 대신 마리오 고메스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17분에도 레온 고레츠카를 불러들이고 토마스 뮐러를 내세웠다.
한국은 당황하지 않았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소유권을 찾으면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역습을 감행했다.
후반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체력을 소진한 탓인지 한국도 수비에서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몸을 사리지 않고 육탄 방어로 독일에 응수했다.
오히려 절박한 독일보다 집중력에서 한국이 앞섰다. 후반 48분 코너킥에서 크로스가 찬 공이 쥘레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며 문전에 있던 김영권에게 흘러갔고, 김영권이 침착하게 왼발로 마무리 지었다. 부심은 김영권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지만 VAR 판독 결과 주심이 득점으로 인정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독일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시키며 총공세를 폈다. 이 틈을 이용해 후반 51분 주세종이 노이어 골키퍼의 공을 가로챈 뒤 롱패스를 배달했고, 손흥민이 텅 빈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FIFA 랭킹 1위 독일이 탈락하는 순간이었다. 독일은 1954 스위스 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지난 대회까지 16회 연속 조별리그 통과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에게 발목이 잡혔다.
신태용 감독의 통쾌한 반란은 세 경기 만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최강 독일을 물리치며 멋지게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