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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상이 전해준 팔도 ‘도시락’, 러시아 국민라면으로 성장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6.18 06:00 수정 2018.06.18 06:00

러시아 현지 판매량 45억개 돌파, 국내 판매량의 7배…시장점유율 60%로 부동의 1위

편의성과 식문화 감안해 포크, 마요네즈 추가…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한 몫

러시아 매장에서 도시락 제품을 고르는 러시아인.ⓒ팔도 러시아 매장에서 도시락 제품을 고르는 러시아인.ⓒ팔도

팔도 ‘도시락’이 러시아 시장에서 '국민먹거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도시락’은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1986년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용기를 적용한 제품이다. 사발과 컵 모양 두 종류만 있던 시장에서 일대 혁신으로 평가 받으며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쫄깃한 식감의 얇은 면발은 고객 입맛을 사로잡았고, 출시 초기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90년대 보따리상을 통해 러시아 시장 진출

‘도시락’이 러시아로 퍼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던 보따리 상인들 덕분이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우연히 소개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러시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첫 해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다. 하지만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기회로 찾아왔다. 당시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현지 판매량이 연간 2억개에 육박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현재 ‘팔도’가 아닌 ‘도시락(DOSHIRAK)’이라는 법인에 총 1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또 다른 성공비결, 철저한 현지화 전략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고 원료의 고급화, 우수한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또한 모든 ‘도시락’에 포크를 넣어 편리함을 더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도시락’을 먹는 현지인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러시아인들은 철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도시락’을 먹는 것을 꼽는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마요네즈 사랑은 각별하다. 한식을 먹을 때도 쌈장과 고추장 대신 마요네즈를 추가 주문할 정도다. ‘도시락’을 먹을 때도 마요네즈를 뿌려 먹었다. 뜨거운 물에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는 것에 열광했다.

이에 팔도는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었다.

현재는 ‘도시락’ 8종과 함께 ‘일반 봉지면’ 3종을 생산 판매중이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팔도 제품.ⓒ팔도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팔도 제품.ⓒ팔도

러시아 현지 판매 수량 45억개 돌파, 국내 판매량의 7배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2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3억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2개씩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이른다.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다. 국민 라면을 증명하듯 러시아 곳곳에서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 일부 러시아인들이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 부를 정도로 인기다.

2014년에는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의 제품상은 러시아 전역의 소비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가장 인기 있는 상에 주어지는 만큼, 도시락의 러시아 시장 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팔도 ‘도시락’은 국내에서도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브랜드 가치에 ‘도시락 봉지면’에 이르기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 2015년 600만개에 머물던 판매량이 2017년 들어 1700만개까지 3배가량 증가했다.

국내 생산 제품 또한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30여국에 판매 중이다. 앞으로 판매기반이 확고한 지역 외에 유럽, 아시아 등지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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