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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손예진 "'실수 반복' 윤진아, 현실적이라 공감"

부수정 기자
입력 2018.05.28 09:17
수정 2018.09.10 17:43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윤진아 역

30대 여성 이야기 공감하며 연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마친 손예진은 "끝나는 게 아쉬운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윤진아 역
30대 여성 이야기 공감하며 연기


"진아는 최선을 다한 거예요."

'멜로 여신' 손예진(36·본명 손언진)은 최근 종영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속 진아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진아(손예진)와 준희(정해인)의 현실적인 연애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손예진은 30대 중반 윤진아를 연기했다.

초반 사랑스럽던 진아는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다 흔들렸다. 답답한 행보를 이어간 탓에 고구마 캐릭터와 민폐 여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진아의 성장 스토리라고 했던 제작진의 의도도 통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캐릭터를 잡은 건 배우 손예진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멜로 여신' 임을 다시 입증했다.

25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손예진은 "시청자들이 윤진아로 봐줘서 감사하다"며 "시청자들과 오랜만에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재밌었다. 16부작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곧 삿포로 포상휴가를 가는 그는 "포상휴가를 다녀온 뒤 끝났다는 게 실감 날 것 같다"며 "끝나는 게 아쉬운 작품은 처음이다. 촬영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허전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드라마는 직장 내 성추행, 데이트 폭력 등 사회 문제를 건드려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공감을 했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있을 법한 일이라고 했고요. 데이트 폭력은 여성들이 공포를 느끼는 부분이잖아요. 뉴스에서도 많이 접했죠."

사내 성추행을 고발한 윤진아는 결국 파주 물류센터로 가 3년을 버티다 그만둔다. 손예진은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하면 피해자들이 주저앉는다고 하더라"는 얘길 해줬다. 그게 참 슬펐단다. "진아는 3년 동안 긴 싸움을 한 거예요. 껍데기처럼 살면서 말이죠. 결국엔 제주도에 갔는데 그것도 살려고 간 게 아니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 진아는 단단해집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마친 손예진은 "정해인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극 중반을 넘어가며 진아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실수를 이어가며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다. 윤진아를 연기한 손예진의 생각이 궁금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하잖아요. 진아도 그렇죠. 우리가 봐왔던 연애 캐릭터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갑자기 빠르게 성숙해집니다. 근데 진아는 아니라서 실수를 반복해요. 어떤 부분에선 진아가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손예진은 진아가 솔직하지 못했던 점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진아가 솔직하지 못했던 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였어요. 진아를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아 짠했죠. 저도 최선을 다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거든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캐릭터였는데 어떤 비판을 받을지도 예상했어요. 진아도 중요했지만 이 드라마의 전체 이야기를 보고 작품을 선택했어요."

후반부 진아가 스스로 성장했다며 준희의 손을 잡지 않은 설정도 물어봤다. "진아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겁니다. 하하. 진아와 준희의 사랑이 굳건하지 않아서 헤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황과 사랑 이외에 문제들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죠. '성장했다'는 진아의 말은 이걸 의미해요. 진아가 경선이에게 준희에게 올인하지 않는다고 한 장면도 고민했어요. 진아가 진짜 올인하지 않은 게 아니라 친구가 걱정할 만큼 '나 바보 같지 않아'라는 표현인 거죠."

누구나 현명하고 똑똑한 선택을 하고 싶지만 우린 인간이기에 실수를 반복한다. 윤진아도 그런 캐릭터라는 게 배우의 해석이다. 손예진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여성 캐릭터를 기대한 시청자들이라면 윤진아가 보기 싫었을 것"이라며 "난 오히려 실수를 반복하고 현실적인 윤진아가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진아가 실제 손예진과 비슷한 나이라는 점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한몫했다. 그는 "내 나이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라며 "여자들만 겪는 부분이 있어서 진아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진아가 겪는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마친 손예진은 "윤진아가 현실적인 캐릭터라 공감했다"고 털어놨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결국 진아와 준희는 재회한다. 그 전에 진아의 뜬금포 남친 설정도 비판을 들어야 했다. 손예진은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자기 살을 깎는 경우가 있다"며 "진아는 준희와 헤어진 후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랑으로 준희를 잊으려 한 진아를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3년 동안 껍데기만 남고, 외롭게 꿋꿋하게 홀로 버틴 진아를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엔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애정신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디어 뱅크'인 손예진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며 떠올린 장면들을 적용했다"며 "실제 연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판석 감독과의 호흡을 묻자 "다음 작품에서 또 하고 싶다"며 "시청자들이 반응하는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분"이라고 했다.

준희 역의 정해인에 대해선 "최고의 파트너"라고 극찬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어요. 하하. 정해인을 보니 내 신인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전 해인 씨처럼 못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서준희와 해인이가 똑같고, 내가 그렸던 준희 이미지와 해인이가 딱 맞았어요. 해인이는 밥 잘 사주는 착한 동생이랍니다. 착하고, 따뜻하고 단단하고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할지 정말 궁금해요. 다양한 색과 느낌을 지녀서 굉장히 기대되는 친구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집에서 반대하는 연애를 하면 어떨까. "과감하게 집을 나오고 사랑을 택할 것 같다"는 답을 들려줬다. 단, 단서를 달았다. "지금 제 나이라면요." 그러면서 엄마 미연을 이해한다고 했다. "저마다의 엄마가 있기 때문에 미연을 나쁜 엄마라고 볼 순 없어요. 진아는 착한 딸이니깐 엄마의 말을 들은 거고요. 근데 손예진이라면 부모님께서 제 연애를 반대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전 내 선택을 밀고 나갈 거고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마친 손예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과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20대 때 이 드라마를 했으면 애정신이 아름답게만 보였을 텐데 지금은 아니었단다. 찰나의 행복도 지나가는 걸 알기 때문이란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란다. "'아름다운 순간이 잊히는구나' 싶었어요. 슬로우 장면이 많았던 건 그 순간을 초 단위로 기억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이죠. 인생, 삶,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기 활동 동안 큰 스캔들 없이 지낸 그는 "일이 너무 소중해서 사랑이 먼저였던 적은 슬프게도 없다"고 했다. 이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다"면서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특별한 사랑을 나눌 기회가 얼마나 될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예진은 올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했는데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다는 게 부러웠다"며 "'예쁜누나'를 통해선 일반 연인들이 하는 평범한 연애에 공감했다. 사랑을 시작할 때 설레고 달콤한 감정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계속 느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주로 영화에 나온 그를 또 드라마에서 보고 싶은 팬들이 많다. "한 번 선택하면 목숨 걸고 해요. 선택하는 게 힘들지. 호호."

추석엔 영화 '협상'을 선보인다. 서울지방 경찰청 위기 협상팀의 유능한 협상가가 자신의 상사를 납치한 인질범과 대치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범죄 스릴러로 손예진은 경찰청 위기 협상팀 경위 채윤 역을 맡았다. "'예쁜누나'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예요. 보기 좋게 확 깨겠습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 자기 복제잖아요. 다른 모습을 보여줄래요."

배우는 또 절절한 멜로를 하고 싶다고 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작품은 또 찍고 싶단다. "이런 멜로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축복이고 꿈이죠"라는 배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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