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절실했던 폴란드전, 대안은?
입력 2018.03.28 10:38
수정 2018.03.28 10:38
폴란드와의 중원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려
콜롬비아전에서 활약한 고요한 대안될 수
중원 싸움의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풍부한 활동량 및 압박, 상대 역습과 침투 패스를 끊어낼 수 있는 능력, 수비의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진공청소기’가 필요하다. 폴란드전은 2002 한-일 월드컵 김남일, 2010 남아공 월드컵 김정우가 절실히 떠오른 한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8일(한국시각) 폴란드 호주프 실롱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대표팀은 후반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2-2 동점에 성공했지만, 종료 직전 지엘린스키의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가르면서 고개를 숙였다.
신태용 감독은 ‘2016 리우 올림픽’과 ‘2017 U-20 월드컵’을 통해 재미를 본 바 있는 스리백 카드를 시험했지만 실패했다. 단순히 수비 숫자만 늘리고 압박 없이 자리만 지키는 수비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기존 전술에서도 허술한 조직력이 스리백으로 바꾼다 한들 좋아질 리도 없었다.
대표팀에 궂은일을 도맡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절실하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다. 3-4-3과 4-4-2를 오가면서 대표팀 중원을 책임진 이는 기성용과 정우영이었다. 이들은 넓은 시야와 패싱력을 갖춘 만큼 공격에서는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였다. 전반 37분 황희찬 투입과 4-4-2 전환 이후 대표팀이 주도권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과거 김남일과 김정우처럼 궂은일을 도맡을 선수가 없다는 것은 허술한 수비의 약점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선 부근에서 볼이 넘어왔을 때 대표팀 진영에는 뒷걸음질 치는 수비수 세 명밖에 없었다. 반면 상대 공격 숫자는 다섯이었다. 여유롭게 침투 패스를 찔러 1대1 기회를 만들었고,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아쉬운 장면은 많았다. 경기 초반, 폴란드는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팀 윙백(풀백) 이용과 박주호는 1대1 싸움에서 크게 밀리며 크로스 제어에 실패했다.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가 레반도프스키의 첫 헤더를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선제 실점은 어찌할 수 없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이 수비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압박 및 협력 수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재성과 권창훈은 물론, 중원의 기성용과 정우영도 수비의 안정감을 더하지 못했다. 상대가 눈에 띌 정도로 측면을 고집했음에도 크로스 봉쇄에 실패했다.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한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포백 수비진은 페널티박스 안쪽에 자리했고, 아크서클 부근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가 있었다. 그러나 지엘린스키가 슈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방해도 가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공간을 내준다는 것은 슈팅과 실점으로 직결될 수 있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김남일과 김정우 등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지난해 11월, 신태용호가 반등에 성공했던 콜롬비아전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대인 마크에 강점이 뚜렷한 고요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썼다. 대성공이었다. 세계적인 선수인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고요한의 밀착 수비에 막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고요한은 하메스의 발을 꽁꽁 묶었을 뿐 아니라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오가며 수비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부상 중인 고요한이 아니더라도 박주호와 최철순 등 궂은일을 도맡을 수 있는 중앙 자원이 대표팀에 있다. 이들의 본 포지션은 모두 풀백이지만, 중앙에서 수비 안정을 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실점의 모든 원인을 수비진에게 돌릴 수는 없다.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한국은 개인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그라운드 위의 모든 선수가 압박하고, 수비에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수비진 앞에 위치해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진공청소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