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관행 바꿔라" 금융당국 정책에 보험업계 '갸우뚱'
입력 2018.03.24 06:00
수정 2018.03.25 09:18
"주택담보·신용대출은 억제하고 기업대출은 지원"
몇 년 전에도 비슷한 개편안 내놨지만…효과 미흡
금융당국이 국내 보험업계의 가계 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용이하게 해 생산적인 영역으로 자본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초 발표된 금융권의 자본 규제 개편 방안의 핵심은 금융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 회복과 혁신적 분야로의 자금 배분 유도다. 이를 위해 가계대출 취급 유인은 억제하고 기업 금융은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는 가계를 상대로 고위험 대출을 할 때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이 가계 대출을 늘릴수록 자본 부담이 불어나는 만큼 전보다 이를 줄이게 될 것이란 해석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담보 인정비율 60% 초과, 만기 시 원금상환 10% 미만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LTV)에 대한 위험계수는 2.8%에서 5.6%로, 신용대출 위험계수는 4.5%에서 6.0%로 상향 조정된다. 연체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계수도 전반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험계수 변경으로 인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이 1~4%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질수록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다.
반면 보험사의 기업 대출에 대한 부담은 완화된다. 현행 보험사 기업대출에 대한 신용 리스크 경감은 LTV 50% 이하 부문에 대해서만 이뤄져왔다. 그런데 향후에는 LTV 비율과 함께 차주의 상환 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위험계수가 4.5%로 추가 하향되고, 신용위험을 경감하는 LTV 부문도 현행 50% 이하에서 60% 이하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방법으로 보험사의 대출을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2012년에도 위험계수 상향을 통해 보험업계의 가계 대출 잡기에 나선 바 있다. 그리고 당시 대응책 발표 이후 보험사의 가계 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기업 대출은 늘어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인 현상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1년여 간은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증가율이 주춤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부양하는 쪽으로 바뀐 점도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율을 올린 주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춰 봤을 때 올해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도 보험업계의 대출 구조를 바꾸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 보험사들의 실질적인 자본여력이 약화돼 있기 때문에 향후 고위험 대출 신규 취급 감소와 리스크 관리 강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최근의 자본규제 개편안이 보험회사 대출구조 조정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계 부채를 줄이고 기업 대출을 늘리는 대출구조 조정은 자본 규제 이외의 시장 요인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리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 대출 억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