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대기업 경제력집중 억제규제 근거 미약, 재검토해야"
입력 2018.03.21 06:00
수정 2018.03.21 06:33
21개 대기업집단 매출 비중 오히려 하락
"수출 통해 이익 창출...국내 시장만 고려해선 안돼"
"수출 통해 이익 창출...국내 시장만 고려해선 안돼"
현재 일부 대기업집단에만 적용하는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매출(수출포함)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을 고려한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6년 일부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설립금지,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출자총액제한 등 ‘경제력집중 억제규제’가 도입됐다.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는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여부와 관계없이 대기업 집단을 지정해 규제하는 전형적인 사전규제로 사후규제인 담합·독과점 등 전통적인 경쟁법 규제와는 구별된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977년 21.2%에서 1982년 30.2%로 상승했다는 것을 규제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일부 제도의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 집단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각에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한경연은 이러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가 글로벌화된 개방경제 구조를 가진 국내의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상위 21개 대기업집단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존 연구방식에 따라 21개 대기업집단(비금융업)의 매출(해외매출(수출포함)+국내매출)이 국가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매출집중도는 지난 2013년 33%를 시작으로 2016년 28.3%로 매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10대그룹은 지난 2013년 28%에서 2016년 24.3%로, 상위 4대그룹도 같은 기간 19.7%에서 17.0%로 각각 하락했다.
이는 해외매출(수출포함)과 내수매출을 구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존 방식에 따른 분석은 국내시장과 무관한 해외매출(수출)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영향력이 과장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 매출의 89.9%, LG전자 매출의 73.6%가 해외매출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 대기업집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외매출(수출포함)을 제외한 국내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을 별도로 구분해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국가 전체의 내수매출(비금융업)에서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책수립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란 산정된 21개 대기업집단의 해외매출(수출포함)을 제외한 국내시장에서의 매출집중도는 2016년 기준 20.3%로 해외매출(수출포함)도 포함해 계산한 비중 28.3%에 비해 8%포인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만 보면 2016년 16.4%로 기존 매출비중 보다 7.9%포인트, 4대 그룹은 10.2%로 6.8%포인트 각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담합과 독과점 등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후규제만을 하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사전적인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지난 2002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점규제법을 개정,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하에서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3000달러(실질구매력 기준)이었던 지난 2002년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폐지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1인당 GDP가 지난 2014년 3만3000달러를 넘어선 만큼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