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 '청약위축지역 지정' 발언에 '업계술렁'…"시장 왜곡 중단 해야"
입력 2018.02.01 06:00
수정 2018.02.01 05:54
강남 잡으려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미 아사 직전
청약위축지역 지정은 회피 지역 가이드라인 될 수도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약조정 위축지역 지정'에 대해 언급하면서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규제에도 수요가 강남으로만 집중되면서 집값은 오히려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수도권과 지방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들 지역의 주택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약위축지역 지정은 순기능보다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업계 전문가들 역시 청약위축지역 지정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부가 여전히 엇박자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에 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똘똘한 한채' 쏠림현상이 뚜렸해진 상황에서 아사 직전의 지역을 꼭 집어 불황지역으로 공식화 할 경우 시장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린 것에 모자라 슬럼화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청약위축지역 지정이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모멘텀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0일 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택시장이 침체한 곳은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지역 중 부산 기장군, 동탄, 남양주 등은 규제를 해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며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를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서울 25개구를 포함해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광명시,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를 포함한 40곳이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위축지역은 최근 6개월간 월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하락한 곳 중에서 주택거래량, 미분양 주택수, 주택보급률 등 정부가 정한 일부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지정할 수 있다.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의 경우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6개월 이후에서 통장 가입 후 1개월로 줄어든다. 또 해당 지역 우선 청약 요건도 사라져 전국 어느 지역 거주자라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진다.
김 장관은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청약조정대상지역에 급등지역이 있는 것처럼 과도하게 침체된 지역에 대해선 위축지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며 “지방 주택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조정지역 문제에 대해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작 시장에서는 청약위축지역 지정만으로 지방 부동산을 살리는 역부족 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달인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부산 기장군 일대 부동산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지난해 신도시 개발로 잠시 시장이 활성화를 보이자 정부가 이곳을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한 순간 얼어 붙은 뒤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잡으려는 강남은 잡지 못하고 애꿎은 지방만 죽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라며 “시장을 완전히 죽여놓고 이제와서 사후약방문 식의 대책을 내놓는다한들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잡는 데만 집중해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런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그동안 이어져 온 공급 과잉이 이유라고 보고 있다.
경기도 동탄2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일부 서울에서 밀려온 외부 수요가 관심을 갖을 수는 있지만, 이보다는 내부 갈아타기 수요가 일부 생기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설익은 대책을 연달아 언급하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장은 대책에 상당히 민감하고 대처가 빠른 반면 위축된 수요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장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역시 김 장관이 청약위축지역 지정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언급한 것은 시장상황이 정말 안 좋은 곳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당장의 시장을 움직이려고 불안정 요소를 제공해 시장을 왜곡시키기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집값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며 “강남권을 포커스로 한 보유세 강화 등은 자칫하면 지방 불씨를 완전히 꺼트릴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부동산 기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은 것은 아니다. 청약 규제를 풀고 수요의 움직음을 활성화시켜야 주택경기가 되살아 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
경기도 남양주 도농동 학사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라도 청약규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시장 분위기 반전에는 고무적인 일”이라며 ”남양주 자체의 수요는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외부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의 효과는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서울 크기와 맞먹는 남양주의 경우 지역별 편차큰데 남양주시 전체를 묶은 것은 정부가 시장을 단순한 지표로 해석해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 상황에 맞는 지역별 핀셋규제를 마련해 강남권 시장부터 핸들링을 잘 하면 인근 수도권은 물론 지역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