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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가상화폐 명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그리고 4차산업혁명 관계는?

이호연 기자
입력 2018.01.18 06:00
수정 2018.01.18 05:53

거래 내역 위조 불가한 ‘암호화폐’ 열풍

‘규제’대상인가 블록체인의 ‘주역’인가

거래 내역 위조 불가한 ‘암호화폐’ 열풍
‘규제’대상?...블록체인 ‘주역’?


‘비트코인’ 투기 논란이 급부상하면서 가상화폐와 그 근간을 이루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없다며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가상화폐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과의 관계를 알아본다.

비트코인 형상화 이미지 ⓒ 연합뉴스 TV


◆블록체인 이용한 ‘암호화 화폐’...위조 불가하나 책임소재 모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대시, 라이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뜻한다. 가상화폐 또는 디지털 화페로도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암호화 화폐(Crypto-currency)’라고 부르는 것이 개념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디지털 공공 거래 장부’로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분산형 장부 기록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다. 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해킹이나 위변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거래 내역 묶음이 ‘블록(block)’인데, 블록들이 사슬(chain)처럼 얽혀 있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발생한 거래 정보를 한데 모아 별도의 블록으로 만들고, 해당 블록을 기존 장부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 때 블록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대가로 가상화폐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거래 장부는 개개인이 모두 소유하며, 거래 발생시 분산된 장부들을 새로 대조하므로 해킹 등을 통한 장부 조작이 어려워 강력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으로 성사된 거래는 취소하기 어렵고, 장부 책임자가 없기 때문에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가 모호하다.

예를 들어 1만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있다고 하자. A라는 사람이 B가 가지고 있는 1만원 짜리 영화 파일을 가상화폐를 통해 구매한다. 그런데 A는 가상화폐를 C에게 또 보내고 C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영화를 구매할 수도 있다. C가 A와 B의 거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중거래를 막는 것이 블록체인이다. 모든 거래정보가 기록되고, 거래 당사자끼리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기능까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가상화폐의 특징은 화폐발행에 따른 생산비용과 이체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관 비용도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블록체인을 이용했기 때문에 개인이나 특정 회사(정부, 중앙은행)가 아닌 여러 이용자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다. 이는 현재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화폐경제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등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블록체인의 가능성 어디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권은 물론 일상 생활에까지 파급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7대 기반 기술 중의 하나로서 블록체인을 선정한 바 있다. 다보스 포럼은 “2017년까지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이용한 장부 시스템을 개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블록체인이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금융 결제나 송금, 본인인증 등이다. 공개된 비밀번호와 개인이용자만 아는 비밀번호를 사용하므로 번잡한 과정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하다. 분실이나 도난 걱정도 없다. 은행권은 블록체인 공통 플랫폼을 개발하면 평균 2~3일 걸렸던 해외 송금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해 주식거래 소요 기간을 3일에서 10분으로 단축하기도 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슬록은 부동산 임대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입주자가 부동산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불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건물에 부착된 스마트 자물쇠를 열고 내부를 볼 수 있게 했다.

국내 IT업계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S는 자사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렛폼 ‘넥스레저’를 삼성카드에 접목했다. 삼성카드의 전자문서 원본확인, 제휴사 자동 로그인 등에 해당 기술이 쓰인다. 이 회사는 해운물류분야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해 수출입 관련 서류 위변조 예방 및 발급 절차 간소화 등의 효과를 거둔 바 있다. LG CNS, SK 주식회사 C&C 등의 대형 IT서비스 업체도 관련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밖에 거래가 일어나고 신뢰가 필요한 곳, 데이터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라면 블록체인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과도 만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은 국내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2016년 201억원에서 2022년 3562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가상화폐 거래소. ⓒ 연합뉴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한 몸"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로 일각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도 보내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하고, 가상화폐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인만큼 이 둘을 떨어져서 접근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블록체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블록체인은 공개형(퍼블릭)과 폐쇄형(프라이빗)으로 나뉘는데, 공개형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간에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이다. 폐쇄형은 일부 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자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가상화폐를 쓰지 않아도 폐쇄형 블록체인 개발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개형과 폐쇄형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될 수도 있고 가능성을 섣불리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서 매매하거나 현금화 하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는 하지만, 거래소 폐쇄같은 극단적인 규제는 블록체인 활성화 기회조차 앗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채굴방식을 통해 가상화폐를 얻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채굴은 PC 등의 설비로 블록체인 암호를 풀어내고, 그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얻는것을 뜻한다.

국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정부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릿 블록체인 산업을 혼돈하고 있는데, 퍼블릭 분야에서는 채굴자는 물론 참여자들이 보상(가상화폐)이 없으면 블록체인 생태계가 아예 돌아가지를 않는다”며 “가상화폐도 자원으로 보고 산업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진화가 필요한 부분으로 기술 및 정치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수용 서강대학교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 기술로 가상화폐를 발행한 것으로 두 가지는 별개가 아니다”며 “정부는 전면금지 등의 극단적 규제보다는 폐해를 보완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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