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조덕제-여배우, 누가 희대의 거짓말을 하고 있나
입력 2017.11.22 09:03
수정 2017.11.29 18:58
여배우 측 세 번째 기자회견 "조덕제 반성과 사과 없어"
감독·소속사 대표까지 나서며 거짓말 논쟁 '여론전 확산'
누군가 한 명은 희대의 거짓말쟁이다.
배우 조덕제 측과 여배우 A씨 측이 성추행 여부를 놓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반복하며 서로가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데, 마치 재판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여배우 A씨 측은 21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세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만난 조덕제가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학주 변호사는 "해당 영화는 15세 관람가였고 문제의 장면은 에로신이 아닌 폭행신이었다"며 "감독 의도, 연출, 상황 모두 무기력한 사람을 보여주는 신이지 겁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도 상체 위주 바스트 샷으로 얼굴 위주의 연기를 하라고 했다. A씨도 15세 관람가로 계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덕제가 당시 사과 의사와 함께 하차 의사를 먼저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건 발생 후 약 일주일이 지난 뒤 문제를 해결해 보라는 감독 권유로 조덕제를 만났다는 사실과 당시 상황도 상세히 전했다.
이학주 변호사는 "A씨가 남배우에게 브래지어를 찢고 가슴을 만진 이유, 팬티 안으로 세 번 손을 넣은 이유 등을 따져 물었다. 남배우는 '내가 사과할 건 충분히 사과하고 또 잘못된 것에 대해선 뭔가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등산 바지에 벨트가 있었고 그래서 바지를 벗겨야 되고, 어떻게 하다보니 벨트가 있어 그걸 풀려고 했는데 잘 안 풀어지더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조덕제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잘못을 인정했음을 강조했다.
또한 "당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등산복 바지는 고무줄 밴드로 돼 벨트를 매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남배우는 피해자의 바지를 내리려고 했으나 벨트로 인해 바지를 내릴 수 없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학주 변호사는 "조덕제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추가적으로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면서 "근거 없는 또 다른 허위사실로 인해 피해자는 심각한 2차, 3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여배우 A씨가 직접 취재진 앞에 섰다. A씨는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많이 힘들다.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앞으로 저와 같은 제2의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덕제의 소속사 대표 B씨가 나서 A씨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B씨는 사건 당시 A씨의 소속사 대표였기에 그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B씨는 A씨의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닌 부분을 정정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말을 아껴왔지만, 더는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왜곡을 참을 수 없어서 입을 열게 됐다"고 직접 나서게 된 이유를 전했다.
A씨는 "성추행 현장에 소속사 대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B씨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저는 여배우가 촬영 현장 분위기에 낯설어하진 않을까 (생각해) 촬영현장에 매니저와 동행해 영화 촬영장으로 갔다"면서 "촬영감독, 감독 등 스태프들에게 미리 사 간 오렌지를 일일이 돌리며 'A씨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비좁은 현장에는 매니저가, 저는 지하주차장에서 전화로 회사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방조라는 이유로 계약을 무단 파기한 사람은 여배우"이며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사건은 진흙탕 공방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한 명은 희대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 측의 주장을 비춰볼 때 단순한 시각차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같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팬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공방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이 사건 당사자이인 만큼, 여론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에게 법원 판결보다 대중들에게 사건의 진상이 어떻게 알려지느냐가 중요할 지도 모른다. 그것이 설령 왜곡된 진실이라 할지라도. 최근 연예계에 성폭력 사건이 유독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문제다.
한편, 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수강명령 40시간 등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덕제는 2심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