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ovie] 잔인한 '미옥' 김혜수, 차별화 된 매력은 '글쎄'
입력 2017.11.07 09:14
수정 2017.11.07 09:15
느와르 장르의 새 지평 기대감 속 첫 공개
김혜수 변신보다 돋보인 건 이선균 감정 연기
영화 '미옥'은 김혜수의 외적 변신, 모성애와 잔혹한 액션 연기로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야기는 90분간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지만, 이 영화만의 차별화된 매력이나 기대했던 진한 여운은 없었다.
9일 개봉하는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출세를 눈앞에 두고 이들에게 덜미를 잡힌 최대식(이희준)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느와르다.
김혜수는 '미옥'에서 범죄 조직의 언더보스로 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범상치 않은 스타일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특히 삭발에 가깝게 짧게 자른 옆머리와 은발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특성을 극대화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혜수의 변신은 예상대로 압도적이다. 특히 막판 격렬한 핏빛 액션 연기는 이 작품의 백미다. 김혜수는 스턴트맨들과 일대다 액션을 비롯해 10Kg에 달하는 장총을 들고 강도 높은 총격신을 소화했다.
"액션의 포인트를 살릴 줄 아는 배우"라는 허명행 무술감독의 말처럼, 김혜수가 거친 액션 연기를 선보일 땐 엄청난 에너지가 객석까지 전달된다. 특히 액션과 어우러지는 엣지 있는 표정과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김혜수의 호연과는 별개로 영화 속 모성애 코드는 다소 이질감을 준다. 때론 경쾌하고 때론 잔혹하게, 숨가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지나치게 부각된 모성애 코드로 인해 힘을 잃은 느낌이 강하다.
국내 느와르에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신선한 충격을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그 한계도 명확했다.
이를 보완해 준 건 임상훈 역의 이선균이다. 사실 이 작품은 김혜수를 중심으로 내세운 마케팅과 달리 진짜 주인공은 이선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선균이 연기한 임상훈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이다. 그만큼 그의 역할이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작품의 성패를 가를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이선균의 감정기복에 따라 움직이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그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이선균과 김혜수 사이를 오가며 젠틀한 매력의 악역을 소화한 이희준의 연기도 볼 만했다. 나현정을 향한 임상훈의 복잡한 감정과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그녀에게 복수를 꾀하는 최대식의 폭주는 관객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와이 영화제, 시체스 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시체스영화제 포커스 아시아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이 줄지어 개봉하는 올 가을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